'규제에서 자율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 이주호 간사는 2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를 받은 뒤 교육부 관료들에게 "10년간의 규제를 털어버리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말로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유지되던 규제 위주의 교육정책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 또 수십 년간 규제위주 교육정책을 주도하던 교육부도 사실상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됐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교육 개혁이 한국에서도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다. 이는 그동안 교육 당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 반작용의 성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3불제 붕괴…대입 자율화

인수위는 이날 이명박 당선자가 대선 후보 시절 발표했던 교육 공약을 대부분 확정하고, 다만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만 2월 초에 확정하는 것으로 남겼다. 또 '3월부터 수능 등급제의 보완과 관련된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현재 고2학생들이 치르는 2009학년도 수능에서도 등급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교육부가 보고하자 "2월까지 보완책을 보고하라"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대입 제도는 전면적으로 바뀌게 됐다. 1998년 정해진 이후 정부가 대학을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자리잡은 대입 3불(不)제(본고사·기여 입학제·고교 등급제 금지)도 유명무실해졌다. 인수위는 대입 자율화 1단계로 내신·수능의 반영 비율을 완전히 대학에 맡기고, 2단계에서는 수능의 과목수를 줄이며, 3단계에서는 완전히 대입을 대학의 손에 주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기여 입학제 금지를 제외한 2불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5년간 강조해온 3불제는 대학과 교육 전문가들로부터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 선발권이 없는 대학 자율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04년 대통령 교육혁신위원회가 수능 등급제·내신 강화를 골자로 해 만든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나치게 평등만 강조한 좌파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작년에 각 대학들이 교육부가 요구하는 내신 반영률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2008학년도 입시안을 강행했다. 그러다 실제로 2007년 말 수능 시험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났고,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학교별 학력 정보 공개…왜곡된 평준화 정책 변화

노 정권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던 평준화 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인수위는 2일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 등의 설립으로 고교를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을 확정했다. 지난 5년 동안 노무현 정부는 자립형사립고, 특수목적고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묵살해왔다.

이와 동시에 인수위는 “앞으로 학업 성취도를 조사할 때 표본 조사만 하지 않고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하겠다”며 “이 정보는 학교별로 공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쉽게 말해 모든 초중고교의 학력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1970년대 고교 평준화 이후 성역(聖域)처럼 여겨졌던 학교 간 학력차를 대외에 공표하겠다는 뜻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해온 고교 평준화는 말뿐인 평준화"라며 "앞으로 공부 못하는 학교를 드러나게 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