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각종 보고(報告)의 '수렁'에 빠져 있다. 하루에도 개별 보고, 회의 등 몇 차례씩 보고를 받는다. 이 당선자의 측근들은 이 당선자의 독특한 '보고받는 스타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을 잘 몰랐다가 혼쭐난 경험을 한 측근들도 적지 않다.

◆보고하면 '쿡쿡' 찔러봐

이 당선자는 보고를 조용히 듣고만 있지 않는다. 한참 듣다가 "이건 어떻게 되느냐"고 찔러보는 스타일이다. 내용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보고에 들어갔다가는 '본전'도 못 챙긴다는 것이 측근들의 얘기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보고내용을 잘 모르는 장·차관 대신 실무자가 이 당선자에게 불려가 보고를 해야 하는 사태가 수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때 자주 벌어졌던 일이다.

이 당선자는 회의 때 특정 보고에 대해 반대의견을 끌어내기를 즐긴다.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면 자신이 반대 의견을 내거나 '딴죽'을 걸곤 한다. "이래야 아이디어가 발전한다"는 게 당선자 생각이라고 한다.

측근들은 이 당선자가 보고를 받던 중 보고자를 '많이 깨면' 보고자나 내용에 애착을 갖는다는 뜻이니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오히려 이 당선자가 딴청을 피우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보고 내용이나 보고하는 인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한다.

◆말이 빠른 사람을 선호

이 당선자가 아끼는 측근 중에는 말을 빨리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이 당선자의 정책구상을 거의 공유하고 있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 대통령직 인수위의 이동관 대변인도 말이 빠른 편이다. 좀 더 정확히는, 말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스타일을 이 당선자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당선자의 비서실이 주로 소장파들로 채워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당선자는 "느릿느릿 보고하는 사람은 답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 당선자 본인도 말이 빠를 때가 많다. 선거기간에 빠른 말투로 "공무원을 반으로 줄이겠습니다"라고 했는데, 한 기자가 "공무원을 밟아 죽이겠습니다"라고 잘못 알아듣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무원 냄새'에 거부감

이 당선자는 지난 13일 부처들의 1차 업무보고 때 "이런 보고서는 베테랑 국장이 1~2시간이면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관계자는 "보고의 방향이 틀려 크게 질책했다기보다는 보고서 작성을 모두 공무원들이 하다 보니 너무 획일적이고 딱딱한 정부 문서 같은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기업가 출신인 이 당선자의 눈에는 판에 박힌 듯한 정부 문서가 오히려 눈에 쏙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서울시장 때 시청 공무원들이 겨울에 시청광장을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에 반대하자 민간에 맡겨 기어코 실행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