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8일 정부조직개편안의 협상중단을 각오하고 15명의 국무위원을 발표하는 초강수(超强手)를 둔 데 대해 "고이즈미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총리가 지난 2005년 9월 우정민영화 법안통과를 일본 총선과 연계시킨 전략을 연상시키게 한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 당선자는 '작은 정부'에 대한 원칙 있는 모습을 보여준 뒤, 오는 4.9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자가 '작은 정부'를 위해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통합민주당의 반대에 시달린 것과 마찬가지로 고이즈미가 '작은 정부'를 위해 던진 우정민영화 법안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여당인 자민당 의원 30여명까지 민영화에 반대하는 등 고이즈미가 던진 법안은 참의원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총선을 앞두고 있던 고이즈미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고이즈미는 선거기간 내내 "개혁을 막지 말라"는 구호 한 가지만 외쳤다. 그 결과는 2005년 9월 총선의 자민당 대승이었다.
고이즈미와 마찬가지로 야당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승부수를 던진 이 당선자는 오는 4·9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줘 한나라당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몰아줄 경우 이 당선자는 이번 승부수로 적잖은 소득을 얻게 된다. 야당의 '발목잡기'를 총선 카드화함은 물론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여대야소(與大野小) 국회에서 여유 있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승부사 이명박'에게는 한동안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정부조직개편 카드가 4월 총선에서 '고이즈미 매직(magic)' 같은 대박을 터뜨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통합민주당 측은 "이 당선자의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정치가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선자 주변에서도 과연 이 당선자의 이번 강수가 총선에 먹혀 들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고이즈미 총리의 우정민영화 법안은 누가 봐도 기존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었지만, 이 당선자의 정부조직법은 협상 타결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상황에서 대결 국면을 스스로 선택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당선자의 이번 승부수는 일부러 싸움을 걸어 가는 노무현 모델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