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 '잘하자! 엄마가 보고있다' '2호선에 우리 인생이 있다'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요즈음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3학년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이다. 얼핏 웃음을 불러일키는 재치가 느껴지지만 내면에는 입시경쟁에 찌들려 있는 학생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투영된 것처럼 보여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급훈은 '학급에서 교육 목표로 정한 덕목'이다.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고교의 급훈도 달라지고 있다.

급훈의 유형은 '구호형', '협박형', '질문형', '고전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 대부분 입시경쟁으로 인한 세태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들이다.

가장 흔한 유형은 구호형 급훈. M고의 '10분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 또다른 M고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이 여기에 속한다. Y여고 학급들은 '2호선을 타자', '재수없다'는 것을 급훈으로 삼았다.

'2호선을 타자'는 서울지하철 2호선에 서울의 주요 대학이 있는 것에 착안한 급훈이다. 비슷한 것으로는 '2호선에 우리 인생이 있다'를 꼽을 수 있다.
'재수없다'는 수능을 다시 한 번 준비하는 '재수'(再修) 를 하지 않고 한 번에 대학에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엄마 친구 딸을 이기자',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의자에 본드를 붙이자' 등도 있다.

협박형으로는 K여고와 K고 등이 채택한 '잘하자! 엄마가 보고있다', '담임이 지켜보고 있다' 등이 있다. I고의 '지금 잠이 옵니까?'도 협박형에 가깝다.

질문형으로는 '수능준비 어떻게 할래?' 'ET 같은 여자랑 결혼할래?''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등을 꼽을 수 있다. 대학입시를 출세의 도구로만 삼는 경박한 세태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밖에 '주체와 존엄', '가슴에는 조국을 눈으로는 세계를' 등 고전 명언형 급훈과 '함께 맞는 비', '여자라서 행복해요' 등 다소 엉뚱한 유형의 급훈도 사용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민석 사무처장은 "학생들의 인생에 좌표가 돼야 할 급훈의 내용이 너무 입시경쟁과 성적위주로 치우치고 있다"며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