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단순히 공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문화까지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학교의 대표 공간인 운동장의 변화가 꾀해지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1000개교 운동장을 인조잔디나 우레탄, 천연잔디 등으로 교체해 아이들 건강과 더 나아가 지역주민의 편의까지 고려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 물론 이 같은 학교 운동장 개선은 예전부터 제기돼 온 사항이고 아이들이나 주민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대부분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맨땅의 대체로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는 인조잔디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정부가 너무 인조잔디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맨땅 운동장, 왜 교체돼야 할까

운동장은 학교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학교 수업 시간에 운동장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까지도 학교 운동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인근 주민의 체육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아이들의 비만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학교 운동장의 역할이 더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비만도는 2002년 9.4%, 2004년 10.0%, 2006년 11.7%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운동을 하는 학생도 많지 않다. ‘2005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중 7.1%만이 중등도 운동(호흡과 심장박동이 조금 증가하는 운동을 30분씩 주5회 실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

또한 학교운동장은 지역 주민들이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육공간으로 체육환경의 중추적인 시설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이 맨땅이어서 골절이나 타박상 등의 위험이 높고 흙먼지로 인한 질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흙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등에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비나 눈이 내린 후에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운동장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학교 권순용 교수는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현재 우리나라 학교운동장에는 100m 달리기조차 불가능한 운동장이 다수이며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어 학생 활동공간과 주민 운동공간의 활용도면에서 큰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운동장 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운동장이 학교체육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어 학교 운동장의 개선 및 확충을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 맨땅 운동장 대안은 인조잔디 운동장?

학교 운동장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가칭 '즐거운 학교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학교운동장 조성 다양화 100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00~300개교씩 교당 5억원을 지원, 천연잔디, 인조잔디, 우레탄 다목적구장 등 학교가 희망하는 형태의 모델로 1000개교를 조성 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2006~2010년 기간동안 총 443개교에 1772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학교인조잔디운동장 조성 5개년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조성 형태를 다양화해 보다 친환경적이고 수요자중심에 맞춘 선진화된 학교운동장을 만든다는 목표.

그러나 맨땅 운동장의 대안으로 인조잔디가 제기되면서 반발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열린 '학교운동장 조성 다양화 1000 프로젝트' 공청회에서는 천연잔디나 우레탄 등의 대안도 있었음에도 마치 관련 부처들이 인조잔디가 최선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내용이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설사 현 시점에서 인조잔디가 관리 등에서 가장 현실적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인조잔디를 꼽는 고무칩이 폐타이어 등을 사용해 납과 카드륨 등 중금속 중독 우려까지 제기됐던 만큼 안전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기존에 문제가 됐던 인조잔디의 고무칩에 대한 유해성 논란에 따라 기술표준원에 의뢰해 표준가이드안을 만들었다”며 “지난해에 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전수조사를 한 결과 43개 학교에서 기준치 초과 유해성분을 발견해 99% 교체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인조잔디를 선택할 경우 학교장, 교사, 교사단체, 시민단체, 학교운영위원회 등이 참여해 시료를 무작위로 체취한 후 국가 기관에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미 인조잔디를 포장한 후라도 다시 검사해 문제가 있다면 포장한 회사에서 재포장하게끔 했다"고 덧붙였다.

즉 현재로서는 최대한의 제어장치를 해놨고 재포장도 시공업체 책임이라서 저품질의 인조잔디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안전기준안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하고 있으며 만약 재포장을 할 경우 그 기간 동안 학생들이 운동장 사용을 거의 하지 못할뿐더러 시공업체에서 재포장을 더디게 하거나 시기를 미룬다면 더 문제가 아니냐는 예측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교운동장 조성 다양화 사업을 맡고 있는 즐거운학교 TF팀 관계자는 “인조잔디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다만 인조잔디의 안전성의 경우 안전성 기준이 마련됐지만 보다 많은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건, 의료, 환경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기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인조잔디 뿐 아니라 천연잔디 등에 대한 내용도 더 많이 듣기 위해 공청회를 한 번 더 개최하는 것도 의논 중”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교과부와 문화부 쪽으로 이르면 7월말 경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고은 기자 eunise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