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작년 11월1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를 시행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나이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결론을 냈다는 당시 국무총리실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1단계로 30개월 연령 제한을 유지하되, 앞으로 미 측이 'OIE 권고'를 시행할 경우 우리는 'OIE 기준'을 완전 준수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OIE 권고'란 소만이 아니라 돼지나 닭 등에도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라는 것이고, 'OIE 기준'이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은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나이 제한 없이 쇠고기 교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고서 내용은 앞으로 미국이 돼지나 닭 등에도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미국 쇠고기를 나이 제한 없이 수입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그 후 동물성 사료 금지 확대를 천명했다. 결국 노무현 정권 아래서 미국 쇠고기를 나이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측은 "노 대통령이 거부해서 보고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던 작년 3월29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OIE 권고에 따라 쇠고기 수입 재개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가 타결된 4월3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부시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OIE 기준'을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고, 그 절차를 합리적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했다고 재차 공개했다.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OIE 기준'에 따라 멀지 않은 기간 안에 미국 쇠고기를 수입개방 하겠다고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주한 미대사관이 쇠고기 사태 이후 거듭 "한국의 현 정부가 미국과 타결 지은 쇠고기 협정은 전(前)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미국에 약속은 다 해주고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 쇠고기 개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부담을 다음 정부에 통째로 떠넘겼다. 대선 참패 후의 국정 태업(怠業)인지 곧 이어진 총선을 의식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일을 후임 대통령이 바꾸지 못하도록 전국에 대못을 박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자신이 시작하고 타결 지은 한미 FTA에는 대못이 아니라 작은 못 하나 박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미국에 나이 제한 없는 쇠고기 개방을 약속해 주고도 그냥 대통령직을 떠나버렸고 당시의 집권당인 민주당촛불시위 내내 시위대의 꽁무니를 줄줄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