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국내 금융회사들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자금난에 빠진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은 한국 금융회사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리먼브라더스 지분의 25%를 5조~6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리먼측에 보냈다고 한다. 산은과 리먼브라더스는 지난달 초 지분 인수협상을 벌였다가 인수 가격과 부실(不實) 산정을 둘러싼 의견차로 결렬됐다. 산은은 새 조건을 제시해 영국 HSBC, 중국 씨틱은행 등과 경합하고 있다.

산은의 리먼 인수 시도에 대해 정부와 시장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책은행인 산은이 손실 위험이 큰 은행 인수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량 모기지로 번지면서 끄떡없다던 금융회사들까지 맥없이 쓰러지는 상황이다. 세계 투자은행 열 손가락에 들던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가 지난 봄 사망선고를 받아 주인이 바뀌었고 리먼도 9조원 넘는 부실을 안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산은이 자칫 부실덩어리만 떠안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리먼 인수야말로 세계 금융중심 월스트리트로 가는 직행열차에 올라탈 기회"라는 찬성론도 있다. 리먼 주가는 작년 11월만 해도 주당 70달러를 넘던 게 1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럴 때 5조~6조원으로 40여 개국에 지점망을 거느린 총자산 5600억달러짜리 세계적 금융회사를 사들이고 선진 금융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다면 투자할 만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다. 손실이 나도 책임을 미루면서 정부가 메워주기만 기다리는 종전의 국책은행 마인드론 안 된다.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