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용기로 많이 쓰이는 멜라민 수지 식기에도 안 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gettyimages 멀티비츠

중국 멜라민(melamine) 분유의 공포, 멜라민 식기로까지 번질까?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어나자, 같은 원료인 '멜라민 식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멜라민 식기가, 문제가 된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에 포름알데히드를 더해 가열한 '멜라민수지'로 만들어지는 만큼 '과연 안전할까'하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멜라민은 가볍고 깨지지 않는데다 열에 강하고 원하는 어떤 색과 모양이든 낼 수 있어 거의 '만능 식기'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 이유식 그릇은 물론 어린이용 식판, 가정용 튀김젓가락(일명 뼈젓가락)이나 뒤집개, 국자 같은 조리 도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용도로 쓰인다.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용기포장과 윤혜정 연구관은 "멜라민수지로 만든 식기는 340도 이상 되어야 녹아 내리는데 그렇게 뜨거운 온도에서 그릇에 담아 먹는 음식은 없다"면서 "멜라민수지는 다른 합성수지보다 강도도 좋고 내열성도 좋아 식기류로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청은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멜라민수지 용기에 남아 있는 멜라민 성분이 30ppm(㎎/L) 이하일 때 합격 판정을 내린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위생안전팀 이선희 계장은 "현재까지 이뤄진 검사에선 멜라민 식기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국대 화학과 김성훈 교수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멜라민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멜라민 성분이 음식으로 녹아들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온도로 플라스틱 제품을 가열하면 그릇이 국지적으로 가열되면서 순간적으로 30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갈 수 있고, 이에 따라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가 음식으로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릇 자체는 가루를 내어 먹어도 우리 몸이 흡수를 못하지만 녹은 상태의 멜라민 성분은 우리 몸이 그대로 흡수를 하는 거죠." 튀김 요리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멜라민 젓가락도 펄펄 끓는 기름에 넣으면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기름 온도가 보통 200도 이상은 될 테니까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죠. 멜라민수지 젓가락은 오래 사용하지 말고, 가능하면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십시오." 멜라민 젓가락이나 뒤집개 등은 기름이 들어가는 요리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

이에 대해 멜라민 식기 제조업체들은 "전자레인지만 피하면 된다. 튀김 요리에 사용하는 멜라민 젓가락은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멜라민 유해성'은 이미 80년대에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은 채 마무리됐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류 그릇을 우리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아 관련 데이터가 별로 없고, 국내에서는 아이 식기부터 광범위하게 쓰고 있지만 정작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melamine) 체내에 들어왔을 경우 신장계통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중국의 영·유아가 5만3000명에 이르는 등 멜라민 분유 파동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멜라민 식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