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란 무엇인가?’(20일)‘ 인간은 평등에 대한 인권을 가지고 있는가?’(21일)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인 로널드 드워킨 교수.

"정말 드워킨이 온단 말입니까?"

'석학 연속 강좌'의 열 번째 강연자로 로널드 드워킨(Dworkin·77) 미국 뉴욕대 로스쿨 및 철학과 교수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법조인은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드워킨 교수는 '현대 법철학계 최고의 석학'이자 '존 롤스(Rawls) 이후 세계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타 학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개 강연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것은 그런 뜨거운 관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사와 한국학술협의회, 대우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0회 석학 연속 강좌'에 초청된 드워킨 교수는 20일(은행회관)과 21일(헌법재판소 강당) 두 차례에 걸쳐 공개강좌를 연다.(문의 02-6366-0034)

드워킨 교수는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철학과와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과·로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 옥스퍼드대 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젊은 시절 로펌에서 겪었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 삶에서 마주치는 법률·도덕·정치적 문제들을 철학과 연결시켰다. 이는 법실증주의가 주류를 이루던 영미 법학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프랑스혁명의 구호이자 근대적 정치 이념이었던 '자유·평등·박애'를 역사의 창고에서 꺼내 '현대사회의 주도적 가치'로서 다시 정립시켰다. 국내에도 번역된 대표적 저서 《자유주의적 평등(원제 '최고의 덕·Sovereign Virtue')》에서 그는 자유주의와 평등은 대립적인 관계라는 통념과는 달리 "평등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舊)좌파'가 말해 온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은 재산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과연 평등이냐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원의 평등'이며, 그에게서 시장은 불평등의 원천이 아니라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도구가 된다.

드워킨 교수는 인간의 탐구 영역에서 '가치 영역'에 해당하는 윤리, 도덕, 정치, 법의 세계는 과학이 아니라 해석(interpretation)의 세계에 속한다고 보는데, 여기서는 어떠한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적 입장에 반대한다. 가치의 영역에서의 진리란 통합된 총체적인 것(a unified whole)이라는 입장이며, 이는 다시 그의 자유주의적 평등론과 연결된다.

지난 2000년 시작한 석학 연속 강좌는 지금까지 김재권 미국 브라운대 석좌교수(철학),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독일 뮌헨대 명예교수(신학), 다니엘 데넷 미국 터프츠대 교수(인지과학), 모리스 고들리에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장(경제인류학), 정재식 미국 보스턴대 석좌교수(종교사회학), 마이클 루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생물학 철학),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 필립 큔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중국사학), 승계호 미국 텍사스대 석좌교수(철학)를 초청해 아홉 차례의 강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