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난방 시설 없이도 따뜻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독일 등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는 물론,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조차 난방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부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완벽히 차단해, TV 등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열과 사람의 체온만으로 실내 공기를 훈훈하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27일 보도했다.

건물 벽과 바닥에는 단열재를 여러 겹 시공하고, 유리창은 3중으로 돼 있다. 건물 전체의 틈새를 밀봉해, 찬 공기가 들어올 틈이 없이 막는다.

환기는 별도의 중앙집중식 환기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외부의 찬 공기는 건물 지하를 꾸불꾸불 통과하는 환기관(換氣管)을 통해 지열(地熱)로 데워진 뒤 실내에 유입된다. 외부의 찬 공기가 지나는 관은 환기 시 외부로 빠져나가는 실내의 더운 공기가 지나는 관과 묶여 있어 자연스럽게 덥혀지게끔 설계돼 있다. 여름에는 반대로 외부의 더운 공기가 지하의 유입로를 통해 식혀진 뒤 실내로 공급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에 지어진 패시브 하우스에 사는 베르트홀드 카우프만(Kaufmann)씨는 "두 살 된 딸을 키우는데 실내 온도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며 "혹한기에만 보조 난방을 쓰는데 연료비가 일반 주택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패시브 하우스는 1991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스칸디나비아 등으로 확산돼 지금까지 1만5000여 채가 건축됐다. 독일에선 학교 건물까지 이 방식으로 지을 정도로, 성장산업이 됐다. 유럽의회는 2011년 이후 새로 짓는 건물은 패시브 하우스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권고했다. 주독(駐獨)미군도 군 숙소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