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대란(大亂)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이 6일부터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통과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産) 가스를 몰래 빼돌리고 있다"며 '절취'된 분량에 해당하는 6530만㎥의 가스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포토가즈는 가즈프롬이 유럽행 가스를 평소 공급량인 3억㎥의 3분의 2 가량 중단했다고 6일 발표했다. 즉, 러시아가 유럽으로 9200만㎥의 가스만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가스 사용량의 25%를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이 중 80%를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유럽 전체가 가스 부족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6일 오전 3시부터 우크라이나를 거쳐 불가리아·그리스·마케도니아·터키·크로아티아 등 남부 유럽 6개국으로 가던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또한 체코로 연결된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받던 독일·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등 중부 유럽도 공급량이 75~90% 가량 줄었다.

2006년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 피해를 경험했던 서유럽 국가들이 2개월치 이상의 가스를 비축해놓고 수입선을 다변화한 것과 달리, 이들 중남부 국가들은 가스 비축량이 거의 없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80% 이상이어서 비상조치를 강구 중이다. 공급 감소 사태가 장기화하면, 서유럽 국가들로도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의 주제 바로수 집행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양국 가스 분쟁이 유럽 국가들의 가스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러시아는 작년 말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가를 1000㎥당 179.5달러에서 250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우크라이나는 201달러까지만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