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프로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공유하고 있다. FA 제도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선수가 원소속팀을 포함해 다른 모든 구단과 선수 계약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FA는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다림의 차이

프로축구 선수들은 FA 자격을 획득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일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하면 3년(우선지명 또는 번외지명일 경우 1년 가능) 계약을 맺는게 기본이다. 이 기간 동안 소속팀이 출전하는 정규리그 및 컵대회 전체 경기수의 50% 이상만 출전하면 FA가 된다. 각급 대표 차출로 인해 출전하지 못한 경기 역시 그대로 보전해준다. 이에 반해 프로야구는 무려 9시즌(구단 동의 전제 해외진출 자격은 7시즌)을 채워야만 FA 대상이 된다. 게다가 한 시즌을 인정받는 조건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타자의 경우에는 정규시즌 총경기수의 3분의2 이상을 출전해야 하며, 투수 역시 규정이닝(총경기수와 같음)의 3분의2 이상을 던져야만 한다.

▶재취득 기간도 상이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FA는 익숙하다.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다음에는 계약기간이 종료될 경우 자동으로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FA로 시장에 나오면 그 이후에는 계약 기간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거액 연봉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반면, 간신히 FA 대박을 터뜨렸더라도 프로야구 선수들은 FA 기회를 잡기 위해 또다시 기다려야만 한다. 4시즌을 더 치러야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계약 기간이 이미 종료했더라도 4시즌을 채우지 않으면 FA 계약이 아닌 일반 연봉 재계약 협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체감 이적료 차이

구단이 FA를 영입할 때 보상 차원에서 원소속팀에 이적료를 지급하는 것은 프로축구와 프로야구가 동일하다. 하지만 구단이 느끼는 부담은 다르다. 프로축구에서는 일단 양 구단의 합의에 따라 이적료를 산정한다. 여기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연맹 규정에 따른 이적료를 산출한다. 현재 연봉과 원소속 구단이 제시한 차기 연봉, 이적 구단이 제시한 연봉의 평균을 구해 연령별 차등 계수를 준다. 다소 복잡한 규정이긴 하지만 전력 보강을 원하는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금액은 크지 않은 편이다. 프로야구에서는 FA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18명의 보호 선수 이외의 보상 선수 1명과 직전 시즌 연봉의 300%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고심 끝에 보호 선수를 정하지만 보호선수 18명의 범위가 워낙 좁아 준주전급 선수 1명을 고스란히 내놔야 한다. 게다가 FA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고액 연봉이라 보상금액도 만만치 않다. 만약 원소속팀이 선수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전 시즌 연봉의 450%를 보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