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산업부장

지난 19일. 일본 도요타 자동차 그룹 소속 300개 노동조합의 대표 단체인 전 도요타 노련(全豊田勞連)은 "도요타 자동차 판촉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 노조는 성명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판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친구나 친척에게 도요타를 사도록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만6000명에 달하는 일본 도요타 그룹 산하 노조원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면 자동차를 팔기 시작했다. 도요타 노조는 노조 예산으로 경품까지 걸었다. 차를 판매한 노조원 100명을 추첨, 1만엔(15만원)에서 10만엔(150만원)에 이르는 여행상품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노조가 자발적으로 판촉에 나서자 회사측은 부장급 이상 모든 직원이 도요타 한 대 더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같은 날인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발행한 '현자(現自) 지부소식'은 "공세적 투쟁만이 살 길이며, 사측의 변화된 자세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 회의를 열고, 파업의 첫 절차인 쟁의 발생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쟁의 발생에 대해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에게 위기라는 잘못된 등식을 극복하는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일감도 30% 이상 줄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는 일은 적게 하면서도 임금은 예전과 똑같이 달라며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측이 글로벌 경영위기가 닥치기 전에 노조측에 근무 시간을 3시간 단축하지만, 임금은 예전과 똑같이 주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힘들 정도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노조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1987년 결성된 현대차 노조는 1994년 한 해를 빼고, 14년 연속 파업이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15년 연속 파업도 전혀 문제없다. 경영의 신(神)이라도 이런 노조와 함께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제 정신으로는 못할 짓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경영자라면 자동차 개발 부문만 남기고 몽땅 설비를 외국에 옮겨, 해외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국내로 들여오는 게 훨씬 낫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에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놓고 있다. 올해 말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해외 300만 대 생산 시대가 열린다. 이는 노조가 수출 차량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는 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거꾸로 아산 쏘나타 공장이 파업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든 쏘나타를 수입하면 된다. 국내 자동차 수입관세를 0%까지 낮추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

어차피 현대차 경쟁력은 노조원의 3분의 1 월급만 받고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노조원들은 파업 잘 하면서 월급은 많이 받는 것만 빼고는 경쟁력이 없다. 오히려 현대차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은 문을 빨리 닫아야 회사가 건강해진다. 새로 지어져서 생산성도 높고, 임금은 낮고 파업도 안 하는 해외 현지공장에 모든 생산을 맡기는 것이 정답이다. 국내에는 제품 개발 기능을 가진 연구소만 남겨야 한다.

불행히도 그런 날이 온다면 현대차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아들 딸에게 '왜 일자리가 사라졌는지'를 어떻게 설명해줄까. 아직도 현대차 노조가 정신 차리기에 시간은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