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 후다 바터지(Batterjee·26)는 작년에 결혼을 앞두고 두바이로 출국해야 했다. 이유는 결혼 첫날밤 입을 속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사우디에 속옷 가게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사회 활동이 엄격히 규제돼, 사우디에선 여성 속옷 가게 판매원도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었다. 바터지는 "속옷 가게에서 남성 판매원들과 내 신체 사이즈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이 브래지어 사이즈를 가늠해 보려고 내 몸을 훑어보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인격 모독"이라며 AP통신에 말했다.

헤바 알 아키(al-Akki)라는 사우디 여성은 "속옷 가게에 들어가 눈에 보이는 대로 속옷을 고르고 재빨리 나온다"며 "마치 내가 불법적인 물건을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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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럽긴 남자 판매원도 마찬가지. 속옷 가게 판매원인 후삼 알 무타임(al-Mutayim)은 "아무리 개방된 유럽에서도 남자가 여자 속옷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 여자 친척들이 남자에게 속옷을 사는 건, 나도 싫다"고 말했다.

급기야 프릴(frill·주름장식)이 달린 네글리제(얇은 천으로 만든 야한 스타일의 잠옷)와 끈 팬티를 살 때도 남자 판매원과 상의해야 하는 것에 신물이 난 사우디 여성들이 속옷 가게들이 여성 종업원을 고용할 때까지 '속옷 불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50여명의 사우디 여성이 22일 발족한 속옷 불매 운동 단체는 여자 옷 가게에는 여자 직원만 고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25일 현재까지 페이스북에 이들이 개설한 '속옷 불매운동 찬성' 온라인 서명에는 1700명이 참여했다. 사우디에서 여자들은 외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려야 하지만, 침대에선 뭐든지 입을 수 있다. AP통신은 특히 야한 속옷이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