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누구일까요?

야구계가 약물 파동으로 시끄럽습니다. 스타 선수 출신인 마해영(39) Xports 해설위원이 지난 5월 19일 펴낸 자서전 ‘야구본색’에서 “국내 선수 중 일부도 스테로이드를 상습 복용한 것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자 파문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마 위원과 수일 내로 만나 사실을 확인하겠다”면서 “마 위원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22일은 이상일 본부장이 나서서 "메이저리그 호세 칸세코처럼 실명을 밝혔다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을 것" 이라면서 "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 없이 '약물 복용한 선수들을 본 적이 있다'는 표현뿐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문제가 많다" 며 진상 조사를 포기하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 위원은 자서전에서 1998년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약물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국내 선수 10명 이내도 상습복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해 선수 은퇴를 한 마 위원은 19일 KBS 1TV 밤 11시 뉴스 시간에 출연해 국내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한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 이유를 “기자나 언론 매체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 의미가 퇴색하는 경우가 많아 내가 밝히는 것이 보다 형식적이지 않고 정보를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마해영 위원의 말처럼 그동안 언론 매체에서는 10여년전부터 야구계의 선수들 약물 복용이 만연되고 있다고 알렸으나 유야무야 넘겨 왔습니다.

KBO나 아마 단체인 대한야구협회에서 수수방관한 것입니다. 필자도 90년대 말 명문 K대학 야구팀 감독의 이름을 익명으로 알리면서 대학 야구에서 약물 복용이 의외로 크게 번지고 있는 사실을 일간스포츠와 야구 전문지에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K대 감독은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를 통해 다량의 약물을 사들여 오고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프로에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근육 강화를 위해 복용한다는 것이 대학 선수들도 알게 돼 너도나도 구입해 복용하는데 한번 조사를 해 봤더니 상상 이상으로 많은 선수들이 취급하고 있었다. 주의를 주고 있으나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너도나도 구입하는 근육강화제들이 단순 단백질과 미네랄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선수도 있으나 그 약물을 먹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보면 어딘가 달랐다”고 말하고 “다른 팀의 지도자들도 대부분 아는 사실이고 협회 일부 간부도 알고 있지만 어떤 조치도 없는 실정”이라며 답답해 했습니다.

그리고 3년전인 2006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를 보름 가량 앞두고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WBC 출전선수들 도핑테스트 순조롭게 통과할까’라는 제목으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국제야구연맹(IBAF)은 지난 2월 7일 WBC에서 매 경기 후 팀당 2명의 선수가 약물 검사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또 3월 3일 개막 전 각국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80명의 선수들도 도핑테스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룰에 따라 메이저리그에서 시행 중인 도핑 검사보다 엄격하게 적용 될 예정이고 양성 반응이 나오는 선수는 IBAF가 승인하는 국제대회에 2년간 출전이 금지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10여년전부터 금지약물 복용 검사가 실시됐으나 유명무실하다가 1년전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해 8월 롯데 마린스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단이 부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야구기구(NPB)는 프로야구에서 금지약물 복용 규정을 적용 시키기로 했다. 매월 1회씩 임의로 한팀에서 2명씩 뽑아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은 무풍지대다.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규정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금메달을 따낸 우리는 당시 박재홍이 오른발목 부상 치료를 위해 국소마취 주사를 맞고 연고를 바른 게 문제시 됐으며 박찬호도 코감기로 인해 감기약을 복용한 게 문제가 됐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실시한 테스트 직전 우리 팀은 자체적으로 검사한 결과 2명의 선수가 양성반응을 보여 메달이 박탈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며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다행히 테스트를 위해 무작위로 선정된 이병규 등 두명의 선수로부터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위기를 벗어난 적도 있다.

또 2002년 제14회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을 선발하면서 미리 테스트를 벌인 결과 포수 진갑용(삼성)이 양성반응을 보여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당시 진갑용은 후배(기아 김상훈을 지칭한 듯)를 위해 자신이 대표팀에서 빠지려고 일부러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야구 대표팀 전원이 검사에 통과해 우리에게는 금지약물은 걱정 없는 사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몇 몇 프로구단에서 일부 선수들이 근육강화제를 복용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니 이번 WBC 대회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 지 주목된다.’

위의 내용처럼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와 박재홍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진갑용 등이 약물 복용을 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으나 감기나 통증 치료를 위해 모르고 했고 후배에게 대표 자리를 양보하기 위한다는 해명으로 넘어갔으나 분명히 우리도 심각하게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필자의 칼럼이 나간 직후인 2006년 3월 WBC 1라운드를 마치고 박명환(두산 투수)이 도핑 검사에서 노런드로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타나 출전 금지 조치로 망신을 당했습니다. 국내 선수로선 정식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본인은 감기약을 잘못 먹었고 진통 주사 성분이었다고 변명하였지만 노런드로스테론은 금지된 근육강화제가 포함된 약물이었습니다.

이렇게 KBO 등 관련 단체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국내 선수들의 약물 복용 실정에 대해 우리가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몇 차례씩 알렸으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모른 체해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등 유명 선수들의 약물 복용 사실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국내에서 경이적인(?) 활약을 펼친 리오스가 일본에 가서 약물 복용 사실이 발생하자 2007년부터 표본검사를 통해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해영 해설위원이 선수 출신으로 처음으로 야구 선수들의 잘못된 일을 실명은 밝히지 않았으나 감추기만 바빴던 비리를 밝힌 것은 다행입니다.

그동안 애써 무관심하고 소홀했던 경기 단체와 각 구단이 앞으로 할 일은 보다 적극적인 선수 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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