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9일 남성만 병역의무를 진다는 병역법 제3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은 한 20대 남성이 현역 복무 도중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도대체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내 대표적 남성학(男性學·masculism) 운동가인 한지환(韓志煥·25)씨를 만나 물어 봤다. 남성학을 국내에 도입한 정채기 강원관광대 교수의 제자인 한씨는 '남녀공동 병역의무 추진위원회'의 운영자로 활동해 왔다.

남성학 운동가 한지환씨는“남녀 공동병역의무 문제는 이제 감정적 소모전 단 계를 지나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병역의무' 주장에 대해 황당해한다.

"분단 현실 때문에 징병제(徵兵制)가 존재한다면 무엇 때문에 남성만 그 의무를 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남성은 여성을 지배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가부장제(家父長制)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군대는 당연히 남성의 몫으로 여겨지지 않았는가.

"가부장제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억압을 가해 왔다는 사실을 페미니스트들이 간과하고 있다. 남성은 '남성다움'을 강요받고 능력에 관계 없이 가족을 책임져야만 했다.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도 그런 억압 중 하나였다. 반면 여성에게는 수혜(受惠)였다."

―그걸 억압으로 생각하지 않는 남성들도 많을 텐데.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사냥과 농사로 경제를 책임지며 전쟁터에서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이런 고정관념이 21세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감정까지 숨겨 가며 좌절과 중압감을 느껴야 하지 않았는가. 왜 40대 남성 사망률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가 됐겠는가. 이건 남성에게만 강요되는 '치사적(致死的) 역할'이다."

―여성은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병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지 않나?

"남성이 '약한 여자가 어떻게 이런 걸 하겠느냐'면서 대신 짐을 들어주거나 잘해주는 것이야말로 '온정적 성차별주의'의 산물이다. 여성보다 체력이 약하거나 지병을 지닌 남성들도 4급 보충역이나 5급 제2국민역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너희들이 애 낳아 봤냐'는 얘기도 있다. 여성은 병역 대신 출산의 역할을 맡는다는 주장이다.

"그 말에는 임신과 출산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라 '여성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는 전근대적인 시각이 들어 있다. 자칫 저출산 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논리로도 연결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여성에게 병역 의무가 있는 나라는 없지 않은가?

"대다수 국가는 모병제다. 스웨덴에선 여성이 징병검사까지는 받는다. 노르웨이에선 여성도 대체복무에 동참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독일에선 남성 병역의무가 성차별이라는 제소가 EU 최고법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브라질에선 여성 병역의무 적용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여성들을 군대에 보낸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공익근무나 대체복무의 형태로 수행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당장 개선할 수 없더라도 남성만 복무하는 것이 성차별이라는 것을 공론화하는 것이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할 때에 비해 달라진 점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권인숙 명지대 교수, 양현아 서울대 교수 등 여성의 병역의무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여성 인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추진위만 해도 여성 회원이 수백명이다. 오히려 격렬히 반대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남성 페미니스트 아니면 '여자가 무슨 군대냐'는 보수적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