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모와 당시 범인들의 후손이 1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사죄하는 모습을 담은 특집 뉴스가 24일 밤 10시 아사히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된다.

일본 지상파 텔레비전 뉴스 중 가장 높은 시청률(20%)을 갖고 있는 아사히 TV '호도(報道) 스테이션'은 이날 14분 분량의 특집기사로 명성황후 시해 관련 뉴스를 내보낼 예정이다. 뉴스는 한국의 대표적 다큐멘터리 연출자이자 한·중·일 방송 프로듀서 포럼 상임 조직위원장인 정수웅(66) 감독이 2005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110년 만의 추적,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아사히 TV 관계자는 일본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편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5월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에서 명성황후 시해범 중 한 명인 구니모토 시게 아키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오른쪽)씨가 고종의 손자인 이충길씨에게 고개 숙여 사죄 를 하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일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다. 정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미우라 고로(三浦梧樓) 주(駐)조선 일본 공사가 자객 48명을 동원,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암살했다는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사건에 가담한 자객 중 구니모토 시게아키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88)와 이에이리 가가치의 손자며느리 이에이리 게이코(76) 등이 첫 사죄 방한을 했던 상황을 담고 있다. 아사히 TV 뉴스는 2005년 이후 매년 한국을 찾아 용서를 빌고 있는 후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수웅 감독은 아사히 TV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 보도가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 나라 간 묻힌 역사의 진실을 알리자는 뜻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이 뉴스는 일본의 '종전(終戰) 기념일'인 지난 15일에 앞서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수해 등 각종 재해 뉴스가 긴급편성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용운 단국대 석좌교수는 "일본 방송사들이 요즘 과거 식민통치와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방송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내용이 나갔던 적은 없다"며 "일본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취급되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정면에서 다루고, 당시 시해범들의 후손들이 한국을 찾아 사죄하는 장면까지 나간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TV는 곧 30분 분량으로 구성한 명성황후 시해사건 다큐멘터리도 '텔레멘터리' 시간에 방영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내년 봄 2시간 분량 재편집 본으로 일본 전국 순회 상영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