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장된 광화문광장을 찾는 이들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바로 이곳에 있던 은행나무들의 행방이다. 세종로 한복판 중앙분리대에 한줄로 서 있던 은행나무는 모두 29그루로 높이가 12~13m였으며 수령(樹齡)이 56~100세였다.

이 광화문 터줏대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은행나무들은 차도(車道)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중앙청사 앞 보도에 14그루가 이식됐고 맞은편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앞에 15그루가 옮겨졌다. 100~400m쯤 이사한 셈이다.

은행나무들이 멀리 가지 못한 이유는 사방으로 무성하게 뻗은 가지와 큰 덩치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가지를 쳐주는 다른 가로수와 달리 세종로 은행나무는 마음껏 자라도록 놔뒀기 때문에 가지와 잎이 울창하다.

세종로 한복판에서 밀려난 것도 서러운데 삽을 비롯한 잡동사니와 더불어 살고 있다. 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보도 은행나무가 파란 천막에 둘러싸여 있다. 수령(樹齡) 50세 이상인 이 나무는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세종로 한가운데서 옮겨온 것이다.

나무 둘레가 무려 50~100㎝에 이를 정도로 튼실하다. 때문에 처음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이나 뚝섬 서울숲으로 옮기려 했으나 터널과 고가도로를 통과하지 못해 계획이 수정됐다.

정부중앙청사와 시민열린마당 앞으로 옮겨진 은행나무들은 현재 미라처럼 헝겊을 칭칭 감고 있다. 수분이 증발돼 말라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오래된 거수(巨樹)일수록 이식 이후 고사(枯死)할 확률이 30%에 가깝다고 한다. 서울시는 내년쯤이면 이들 나무가 새로운 토양에 완전히 적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옮겨 심은 은행나무 중 하나는 파란 천막으로 살짝 덮인 채 빗자루, 끈, 삽 등과 함께 놓여 있어 방치된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광화문 은행나무는 일제 강점기 이래 팔자가 기구했다. 광화문 광장이 만들어지면서 원래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은행나무를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광장 조성 추진이 중단될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나무 이전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를 벌였다. 응답자의 88.7%가 은행나무를 옮기는 것을 반대했다. 충무공 동상 이전 반대 비율(87%)보다도 높았다. 일제가 조선 육조(六曹)거리 중심축을 훼손하기 위해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여론이 반전(反轉)했다. 같은 여론조사를 2년 후 했더니 이번에는 72.3%가 은행나무를 옮겨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광화문광장 준공에 앞서 나무들은 재작년 4월부터 작년 말까지 차례로 이사했다. 2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예산도 7억원 이상 들었다. 은행나무들은 이제 양쪽 보도에서 광장을 굽어보고 있다.

은행나무는 1971년 서울을 상징하는 나무로 지정됐다. 거목(巨木)으로 성장하는 은행나무의 특성이 수도 서울의 무한한 발전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