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와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이 건국 60주년(10월1일)을 앞둔 중국의 발전에 영향을 준 외국인을 선정하는 설문 조사 후보군에 포함돼 주목된다고 중앙일보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인터넷 홈페이지(www.huanqiu.com)에서 ‘신중국에 영향을 끼친 60명의 외국인’이란 제목의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 정치군사·경제기업·문화철학·연예체육·과학발명 등 5대 분야에서 모두 205명이 후보군에 올랐다. 중국 주류 언론의 이번 조사는 중국인들이 자국의 발전과 번영이 중국인의 노력 뿐 아니라 외부 세계의 긍정적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자들은 중국사회과학원의 전문가들이 기초 조사를 통해 선정했다고 환구시보는 밝혔다. 이 신문은 15일까지 중국어로 된 사이트에서 설문을 진행한다. 참가자의 국적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아 중국어만 가능하면 외국인의 참여도 가능하다.

64명이 후보군에 오른 정치군사 분야에서는 6일 오후까지 중간 투표 결과, 옛 소련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 4035표(약 9%)를 얻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옛 소련의 독재자로 악명을 날렸던 요시프 스탈린이 2위를 기록중이다. 또 공산권에서 수정주의 논란을 일으킨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소련 지도자가 3위에 올랐다. 신중국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국 과정에서 옛 소련의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소가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핑퐁외교’로 미·중 화해의 물꼬를 튼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안보보조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중·일 수교 추진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도 10위권에 올랐다.

신중국과 혈맹관계를 구축했던 김일성 전 북한 주석도 2.5% 정도를 득표했다. 남북 화해 정책을 통해 중국의 주변 질서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한·중 수교의 주역이었던 노태우 대통령도 이름을 올렸지만 득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경제기업분야(42명)에선 미국의 빌 게이츠 MS 전 회장, 투자가 워렌 버핏이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마쓰시타 전기 창업주, 포드 자동차 창업주인 헨리 포드도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 학파의 창시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영국)는 5%대의 표를 얻었지만, 자유방임을 주장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오스트리아)에 대한 지지율은 미미했다.

문화철학분야(52명)에서는 칼 마르크스(독일)가 1위를 기록했으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도 상위권에 올랐다.

과학발명분야(17명)에서는 영국 출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진화론을 주창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네티즌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이밖에 연예스포츠분야(30명)에선 미국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영국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겸 감독 찰리 채플린,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 순으로 지지도가 높았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