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우리 군(軍) 인터넷망이 북한 해커부대에 24시간 동안 뚫려 국가기밀 2000여건이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7일 발간되는 월간조선 11월호에 따르면, 북한 해커부대가 육군 3군사령부를 해킹, 3군사령부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에 접속할 수 있는 인증암호를 빼내 국립환경과학원이 구축한 '화학물질 사고대응 정보시스템(CARIS)' 정보를 빼내 갔다는 것.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난 3월 5일 해킹을 당했고, 이튿날인 3월 6일 국정원에서 연락이 와 3군사령부와 통하는 인터넷망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월간조선은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실이 작성한 'CARIS 북한 유출내역' 문서를 단독 입수,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을 제조하는 700여개의 업체 또는 기관 정보와 1350여종에 달하는 유해화학물질, 기상정보 등 2000여건의 국가기밀을 빼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ARIS가 관리하는 유해물질은 유기용제(아세톤, 알코올, 시너, 톨루엔, 트리클로로에틸렌, 노말핵산, 클로로포름, 에틸렌글리콜), 특정화학물질(황산, 염산, 벤젠, 베릴륨), 중금속(납, 수은, 카드뮴, 크롬, 아연) 등 대기나 하천으로 유출됐을 때 치명적인 물질들로 알려졌다.

김흥광 전 북한컴퓨터기술대학 교수는 "CARIS에 등록돼 있는 화학물질 생산업체 주소는 북한에 '좌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 포병부대가 사정거리 120㎞의 KN-O2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를 통해 후방 교란용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18일 국정원 국가사이버테러대응센터 주관으로 국방부, 기무사령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북한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내부 전산망은 자체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도록 독립망(인트라넷)으로 운영되고 있어 해킹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전산망 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정보기술(IT) 요원 교육을 위해 사회문화교류지원기금에서 4억3200만원을 북한에 제공했다. 이 가운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3억4900만원, 남북IT협력 사업을 추진해 온 하나비즈닷컴이 8300만원을 지원받았고, 하나소프트교육원은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에서 파견된 IT관련 인력들을 대상으로 3D기술 등을 교육했다. 2008년 통일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 북한 소프트웨어 교육용으로 6300만원을 지원했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펜티엄급 이상의 컴퓨터 등 전략물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제조에 직·간접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으로 바세나르협약(WA) 등 국제협약에 의해 테러지원국에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3000대 이상 펜티엄급 PC를 지원하고, IT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한 것은 북한 해커부대를 양성시킨 꼴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