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ready?"(준비됐습니까?)

20일 오후 1시쯤 전라북도 군산 인근 공군 제공훈련장 3000m 상공. 미 공군의 세계적인 특수비행팀 '선더버즈(Thunderbirds)'의 데렉 타즈(Tazz) 중령은 F-16 전투기의 뒷좌석에 탄 기자에게 물었다. "예스(Yes)"라는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타즈 중령은 선더버즈의 '악명 높은' 고난도(高難度) 기동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1953년 창설된 선더버즈의 전투기에 한국인이 탑승한 것은 처음이다. 선더버즈는 천둥번개를 일으킨다는 미국 인디언들이 믿었던 전설 속의 거대한 새다.

400억원짜리 전투기가 크게 원을 그리며 360도 회전을 하는 '루프(Loop)' 기동을 비롯, 8차례로 나눠 조금씩 360도 회전하는 기동(eight point roll) 등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전투기 기체를 연속으로 네 차례나 360도 회전하며 날기 시작하자 속이 몹시 울렁거리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선더버즈의 비행 모습.

전투기 기체를 뒤집어 조종석이 땅을 향한 채 비행하는 '배면(背面)비행'도 10여초 동안 했다. 배면비행 중에는 헬멧이 조종석 유리에 닿았다. 이러다가 땅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원래 조종석 벨트를 단단히 조이면 헬멧이 유리에 닿지 않는다. 답답한 게 싫어서 단단히 조이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타즈 중령은 3000m 고도에서 지상 200~300m상공까지 땅에 충돌할 듯이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급강하하기도 했다. 원래 선더버즈의 곡예비행은 쉴새 없이 고난도 기동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타즈 중령은 민간인인 기자의 상태를 배려하며 20여 가지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10여 차례 중력가속도의 5~6배(5~6G)에 달하는 압력이 몸에 가해지기도 했지만, 압력을 줄여주는 특수 비행복 'G슈트(중력이 가해지면 조종사의 복근과 대퇴근을 압박해 피가 하체로 쏠리는 것을 막아 주는 비행보조장비)'의 도움으로 견딜 만했다.

타즈 중령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전투기가 계속 뒤집히거나 상하좌우로 급히 선회하는 바람에 기자의 속은 쉴새 없이 뒤집어졌다. 결국 1시간20분 동안의 비행 중 네차례나 구토용 비닐봉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동안 프랑스의 최신형 라팔 전투기, 공군 A-37 대지(對地) 공격기, 국산 KA-1 경(輕)공격기 등 전투기를 세차례나 타봤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지난 2002년 주일미군 기지 근무 시절 군산 공군기지에 임시 배치돼 근무했다는 타즈 중령은 군산 공군기지 상공에 이르자 활주로를 따라 고도 60m의 초저공 비행을 하며 기지 관제탑에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그는 새만금 지역에서도 초저공 비행을 하며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본지 유용원 군사전문기자가 미 공군 특수비행팀 선더버즈의 F-16 전투기 동승을 위해 헬멧을 쓰고 있다. 오른쪽은 전투기 조종사인 데렉 타즈 중령.

오후 2시쯤 F-16이 출발했던 오산기지 상공에 이르자 21일 '오산 에어쇼(오산 에어파워 데이)'를 준비하느라 한미 양국 공군의 전투기, 헬기들이 쉴새 없이 이착륙하고 있었다. 비행을 마치고 전투기에서 내리자마자 타즈 중령은 무사히 비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면서 선더버즈의 곡예비행을 체험했음을 증명하는 'VIP 비행 증명서'와 모든 선더버즈 조종사들의 사인이 들어 있는 기념액자를 선물했다.

창설 이래 57개국 3억2000여만명의 관중 앞에서 곡예비행을 선보이며 '군사외교 사절단' 역할을 해온 선더버즈는 '200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산 전시회'와 오산 에어쇼에 맞춰 지난 19일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선더버즈 관계자는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인 4명을 탑승시키기로 했으며 그중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유 기자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KBS 2TV 주말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연예인 2명도 22일 성남 비행장에서 선더버즈를 탄다.

한국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처럼 선더버즈도 최소 1000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가진 최정예 베테랑 조종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다. 기본 편대 6대와 예비기 5대를 포함, 총 11대의 F-16 전투기로 구성돼 있다.

총 130여명에 달하는 선더버즈 요원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도 있었다. 낙하산 등 각종 장비 점검을 맡고 있는 이상호(29) 중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뒤 9년 전 공군에 입대했다. 이 중사는 "6개월 전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더버즈에 선발됐는데 이번에 6주 동안 6개국을 순방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각국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더버즈는 '200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간 중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도 곡예비행을 펼친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2009 오산 에어쇼중 미 선더버즈 비행팀의 멋진 곡예비행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