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특허공세에 대비해 특허를 선점하라. 남들이 특허를 내지 않은 기술에 집중하라."

국내 최고의 특허왕들이 꼽은 특허의 황금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형호 책임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대길 교수가 '대한민국 특허왕'에 올랐다. 특허청이 집계해 9일 발표한 결과다. 이형호 연구원은 334건으로 공공연구기관에서, 이대길 교수는 102건으로 대학에서 최고 실적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박사급 연구자의 83.3%가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 있다.

특허청 집계 결과 우리나라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에서 각각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이형호 ETRI 책임연구원(왼쪽)과 KAIST 이대길 교수.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을 합쳐 실질적 1위인 이형호 연구원은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발전을 이끈 주역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7년부터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화가입자가 폭증하면서 전전자교환기 개발이 지상과제였을 때였다.

"미국 벨연구소에서 교환기 개발에 참여했는데 처음부터 특허출원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것을 봤습니다. 우리도 특허에 신경 쓰고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연구원은 이후 세계 10번째로 TDX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이 세계 IT업계의 기린아로 부상할 수 있었던 토대가 바로 TDX였다. 이후 ATM교환기, ISDN교환기를 거쳐 최근엔 인터넷 근거리통신망(LAN)용 라우터와 광통신망 분야에서 특허를 쏟아냈다. 그는 "통신 교환기는 대부분 상용화됐는데 라우터는 미국 시스코사가 먼저 개발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근 광대역통합망(BCN)에 국산 라우터 기술이 쓰이면서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이대길 교수는 남들이 안 하는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대학 특허왕'이 됐다. 특허 기술도 다양하다. 자동차 연료전지에서 선박 소재, 군함의 스텔스 기술도 있다. 올 8월 나로호가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한 과학기술위성2호의 후속작인 3호를 가볍고 강하게 만드는 기술도 이 교수의 것이다.

특허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논문도 늘었다. 이 교수는 "특허로 등록되지 않은 기술을 골라 연구하다 보니 국제논문도 200편 이상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받은 특허 기술료는 4억원이 넘는다.

특허청에 따르면 ETRI는 이형호 연구원에 이어 이수인(272건)·홍진우(185건)·표철식(150건) 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 특허등록 상위 10위를 휩쓸었다. KAIST도 이대길 교수에 이어 2~4위의 박정기(89건)·이상엽(84건)·성단근(72건) 교수 등 상위 10위 안에 8명을 배출했다.

특허청은 "이들이 일찍부터 전담부서를 두고 특허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반 대학의 전담인력이 평균 4.6명인데 비해 ETRI는 23명, KAIST는 9명이었다. 특허등록 상위 10대 연구자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3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리는 공공 연구개발 지적재산권 협의회 (PIPA) 창립총회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