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驛勢圈) 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의 약 80% 되는 땅에 총 37만㎥의 산업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것과 관련, 폐기물을 매립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관할 지자체인 서울 용산구청이 7년 전에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심 지하에 중금속·유류 성분 등으로 오염된 유해 폐기물이 대량으로 묻혀 정화(淨化)작업이 시급했는데도 7년 동안 방치해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본지가 입수한 '2002년 서울철도차량정비창에 대한 토양오염 정밀조사 결과' 문건에 따르면 코레일(당시 철도청)은 지난 2002년 6~12월까지 정밀조사를 벌여 용산역세권 개발부지의 53%를 차지하는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부지(18만8484㎡·5만7000여평) 지하에 총 23만6517㎥ 규모의 산업·건설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에 결과를 통보했다.

당시 정밀조사를 통해 확인된 매립 폐기물은 ▲폐콘크리트 등 건축폐기물 및 혼합 쓰레기가 18만3761㎥ ▲폐주물사(주물 형틀을 만드는 데 쓰인 뒤 폐기되는 모래류) 3만5315㎥ ▲폐석고 1만7451㎥ 등으로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부지의 82.2%(15만5000㎡) 땅에 0.5~5m 깊이로 묻혀 있었다.

특히 이 문건에는 '폐주물사와 폐석고는 비위생적으로 매립돼 있어 지속적인 지하수 오염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굴착 후 외부 반출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7년 가까이 폐기물 굴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코레일은 이후 2005년 12월~2007년 5월에 '폐기물 관리대책 수립 용역'을 실시한 데 이어 작년 8월~올 3월엔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부지 토양·지하수 정밀조사'를 다시 벌이는 등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폐기물 불법 매립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대로 방치해 왔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통보받은 용산구청 역시 시정 명령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 등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코레일측은 이에 대해 "땅 위로 철도가 운행 중이라 땅을 파내기 어려웠고 비용 조달문제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측은 "당시 상황에 대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불법 매립행위 등에 대한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