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크리스마스이던 2009년 12월 25일. 일 년 중 가장 축복스러운 날이지만 '폭군' 이제동(20, 화승)은 참담하고 서글플 수 밖에 없었다. 라이벌 '최종병기' 이영호(18, KT)와 '리쌍록'서 0-2 완패로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하던 스타리그서 8강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그로부터 23일 후 이제동은 이영호의 우승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기가 눌리거나 부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승부욕이 자극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제동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스타리그 3회 우승, MSL 1회 우승으로 공식대회 통산 4회 우승을 기록한 그는 저그로는 최초로 공식대회 5회 우승에 도전한다.

물론 최강 상대로 떠오른 맞수 이영호와 MSL 결승이라 쉽지 않다. 또 질 경우 놓치는 게 너무 많다. KeSPA 랭킹 1위는 물론이고 최강자의 이미지에서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본좌'의 칭호 또한 양보해야 할 판이다. 진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게 운명이라면 이제동은 즐기기로 작심했다. 원래 우승의 기쁨은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큰 것이 승리의 짜릿함이기에.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MBC D스튜디오에서 '네이트' MSL 이제동과 이영호의 결승전이 열린다.

결승전 준비가 한창인 이제동을 지난 22일 저녁 화승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최강의 맞수와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것에 대해 이제동은 "요즘 정신없이 MSL 결승 준비만 했다. (이)영호는 분명 강한 상대다. 많이 붙어봤던 상대지만 최근 들어 더 날카로웠졌다. 그래도 다른 느낌은 없다. 분위기가 좋은 건 인정하지만 부럽기 보다는 승부욕이 자극되고 결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동이 인정한 대로 이영호는 최근 기세나 실력을 고려했을 때 최강의 상대. 17일 스타리그 결승전서 '로열로더 후보'였던 진영화를 3-1로 누르고 스타리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2003년 이윤열 이후 7년 만에 양대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에 도전하는 최강의 상대다.

더군다나 스타리그 우승은 자신을 8강에서 떨어뜨리고 거머쥔 것이라 이번 결승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 못할 정도다. MSL 결승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묻자 이제동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이기면 얻는 게 더 많다. 아무래도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 연습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승부처를 꼽거나 스코어를 예상하기는 힘들다"면서 "사실 우승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승부를 양보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MSL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스타리그서는 벌써 3번이나 우승했고, 골든마우스의 영예도 안았다. MSL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라며 "지난 MSL서 4강까지 갔지만 곧 묻혀버리더라(웃음). 우승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MSL서도 우승컵을 안아서 금배지도 타고 싶고. 그래서 MSL과 온게임넷 스타리그서 평균적으로 성적을 잘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속마음을 내비췄다.

맞수 이영호에 대해 이제동은 "지금 제일 잘하는 선수다. 테란 선수들 중에는 가장 강력한 선수인 것 같다. 양대 우승을 거머쥐는 게 쉽지 않고, 지금까지도 한 번 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마지막을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지금 가장 강력한 선수를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조정웅 감독은 "저그가 불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동이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늘 불리하고 열세인 상황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자신감이 있는 만큼 가능하리라 믿는다. 다행스러운 건 제동이가 자신있어 하는 맵이 1,5세트에 배치된 매치포인트다. 매치포인트가 1, 5세트에 있어 희망적"이라며 "이영호가 최고의 테란이라 잘하는 선수지만 아직 (이)제동이의 위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MSL 결승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동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밝혔다.

이제동은 "이번 매치를 팬들이 주목하고 기대도 많이 하신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하겠다. 이번에 리쌍록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경기, 라이벌로 갈 수 있게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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