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이탈리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로 2009~2010시즌을 마감한 김연아(20·고려대)의 얼굴엔 후련함이 묻어나왔다. 김연아는 프리 스케이팅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이번 시즌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지금이 올림픽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올림픽이 끝나곤 허탈한 마음도 있었고, 생각했던 것처럼 좋지 않았다. 아마 세계선수권에 출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는 이유였다.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고서는 "지난주엔 스케이트 자체가 하기 싫었다"는 다소 충격적 발언까지 했다. "(올림픽을 잘했는데도) 경기를 하나 더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긴장감을 다시 느끼는 게 싫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세계선수권을 대비한 훈련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 결과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연기하자'고 계속 다짐했지만 막상 대회에 오니 편안하게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았다. 김연아는 "프리 스케이팅을 앞두고는 '오늘도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 전 6분 웜업을 하면서 느낌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2등이라는 결과에 만족할 수 있을까. 김연아는 "금메달이 아니어도 아쉽지 않다. 프리 스케이팅에선 1위를 했고, 네 번째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은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