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새먼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천안함 침몰 직후 함장(艦長)이 비극에서 살아남았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보도를 보았다. 사건 초기의 감정적 발언들이었을 테고, 지금은 이슈가 되고 있지 않지만 기자에겐 자꾸 걸리는 문제다.

함정 침몰 때 함장의 행동에 대해선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할복(割腹)과 비슷한 관행이다.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5년 4월 7일 일본의 사상 최대 전함(戰艦)이 필리핀 근해에서 침몰했을 때 함장은 일본 해군의 전통에 따라 침몰하는 배에 남았다.

영국도 과거엔 그런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일일 뿐이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 때 영국 군함 4척이 침몰했지만 함장들 중 배에 남아 자살(自殺)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 중 3명은 가장 마지막으로 구명정에 오른 사람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도 사실상 마지막으로 구명정에 탔다. 아무도 그 함장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함장들은 이후에도 부하들의 존경을 받았다. 함장은 부하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침몰하는 배에 남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함장이 침몰 당시 겁에 질렸다거나 비겁한 행동을 했다고 밝혀진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함장은 마지막으로 구명정에 올랐다고 한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함장에 대한 일부의 비난과 여론 재판은 품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기자는 한국군이 이번 비극을 명예롭게, 프로페셔널답게 처리하고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고(故) 한주호 준위의 희생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해경(海警)의 구조작전 역시 훌륭하게 진행됐다. 그들은 캄캄한 밤에 파도가 높은 차가운 바다에서 58명을 구조했다. 물에 빠진 채 구조되지 않고 숨진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구조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구조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배에 갇힌 이들은 불행히도 해경의 도움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 있었다.

기자는 한국 정부 역시 전반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감정적인 대응을 삼가고 냉정을 유지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정부는 구조 작전을 최우선에 놓았다. 현재로선 천안함 침몰 경위를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무작정 북한을 범인으로 손가락질하는 행위도 삼갔다.

언론 보도와 일부 관계자 발언을 보면, 많은 한국인은 정부가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부가 반드시 개입하게 마련이고, 정부는 대답을 알거나 혹은 알면서 은폐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식의 믿음이다.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정부는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돌발적인 일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비극에서 한국 정부는 아직 정확히 원인을 모른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번 비극과 관련해 내게 어떤 불만이 있다면 정부가 천안함의 생존자들이 국민들에게 목격담을 전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외부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

이제는 한국군은 쿠데타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처럼 한국에서도 군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