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은 '황장엽 암살' 목적으로 남파됐다가 21일 구속된 북한 특수요원 2명 외에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북한 간첩으로 의심되는 인물 여러 명의 동태를 감시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번에 적발된 공작원들처럼 테러 목적이 아닌 일반 정보수집을 위한 간첩들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여러 건 있어서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작년 초 북한의 대남공작 창구가 정찰총국으로 일원화된 이후의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번 황장엽 암살조 적발을 계기로 이들이 당분간 활동을 조심하면서 '잠수'를 타겠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고정간첩들과의 접선을 시도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입국해 활동한 것이 밝혀진 바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또 21일 구속된 정찰총국 특수요원 김명호(36)와 동명관(36)을 상대로 정찰총국 내부 상황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들이 "황장엽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려 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황씨가 삼엄한 경호를 받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정간첩 등을 통해 총기(銃器) 등을 전달받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들의 접촉대상도 조사 중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또 북한 정찰총국이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황장엽 암살'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예비조'를 남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과 동은 국내 잠입에 대비해 국내 영어교재로 교육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2006~2007년부터 이미 사망한 북한 주민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훈련을 하고 탈북자를 가장해 국내로 잠입할 준비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