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독일과 잉글랜드의 16강전이 끝나자 슈팅한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는지 판독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이날 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랭크 램파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쪽에 떨어졌으나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오심이 나왔기 때문이다. 2대1로 뒤지다가 결정적 동점 기회를 놓친 잉글랜드는 후반 2골을 더 내주며 독일에 4대1로 졌다.

영국 BBC방송은 28일(현지시각) ‘골라인 테크놀로지(GLT)’로 불리는 이 기술은 공교롭게도 오심논란을 불러왔던 영국과 독일 기업이 개발을 완료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잉글랜드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에서도 비슷한 판정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의 슛이 크로스바에 튕긴 뒤 골라인 밖에 떨어졌는데도 골로 인정된 것이다. 잉글랜드는 이 슛이 역전골이 되면서 서독을 꺾고 우승했다. 결승전이 치러졌던 경기장의 이름을 따 ‘웸블리 골’로 불린 이 골은 경기가 끝난 뒤 오심 논란에 휘말렸다.

영국 호크아이(hawk-eye)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초당 500장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 6대를 동원해 골라인을 지나는 공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면 주심이 착용하고 있는 손목시계나 이어폰 등을 통해 0.5초 내에 신호가 전달된다.

호크아이의 판독 기술은 이미 테니스 경기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먹만한 공이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코트에 내리꽂힐 때 라인을 벗어났는지를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수가 심판의 판정에 불복할 경우 세트당 3차례까지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다. 요구를 받은 심판은 이 시스템을 이용한 판독 결과를 적용하는 식이다. 2004년 US오픈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가 미숙한 판정 덕에 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입 논의가 시작돼 2006년부터 실제 경기에 활용돼 왔다.

독일에서는 카이로스(Cairos)사가 GLT 기술을 개발했다. 경기장의 페널티 지역 바닥에 가는 전선을 설치하고 공 안에는 소형 칩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공에 삽입된 칩이 인식해 골라인을 지나면 신호를 전송하게 된다. 카이로스 측은 “삽입되는 칩은 공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공을 다루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수백 번이나 시험 경기를 해봤지만 칩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카이로스와 호크아이는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축구경기에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크아이 관계자 폴 호킨스는 “기술을 적용하면 100% 정확한 판정으로 더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다”며 “만일 비용이 문제라면 테니스에서 롤렉스사가 호크아이를 후원하듯 후원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카이로스 관계자 크리스티앙 홀저는 이번 16강전 경기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램파드의 슛을 노골 선언한 것은) 잉글랜드에 불공정한 판정이었다”며 “2대2로 전반을 마쳤다면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는 첨단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입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성을 100%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축구경기의 ‘통일성(universality)’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월드컵의 A매치와 일요일마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조기축구에 똑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BBC는 “크리켓과 테니스에 이어 축구에도 판독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의 발언을 전하며 GLT기술 도입 논쟁에 총리까지 가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