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대교 사고의 발단이 된 '마티즈 CVT'가 변속기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주행속도가 40km 이하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제작사인 GM대우측은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차량 소유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마티즈 CVT 운전자도 경찰조사에서 "차량이 이유없이 시속 40㎞ 이하로 떨어져 4차례 정차를 했고 나중에는 아예 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GM대우 관계자는 11일 "이번 마티즈 CVT 사고차량(2004년 6월식)은 리콜 대상(2003년 1월 27일 생산분 이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함을 공지할 의무가 없다"면서 "리콜 차량이 아닌 경우는 CVT 결함이 발생해 정비센터에서 입고돼야만 소비자에게 문제 대처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CVT 문제가 처음 발생할 경우에는 운전자가 가속불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경찰에 따르면 마티즈 차량 운전자는 이번 사고 이전에 변속기 고장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마티즈 CVT의 변속기 이상시 차량속도가 제한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GM대우는 "마티즈 CVT는 변속기 내부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속도를 스스로 제한해 변속기가 파손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의 CVT 관련업체 임원은 "고속도로 주행 중에 갑자기 차량속도가 시속 40km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자체로 사고위험이 높다"면서 "이 기능은 기계를 보호할지는 몰라도 운전자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GM대우는 마티즈 CVT 가속불량 문제는 안전상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리콜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2002년 소비자원이 결함 보고서를 낸 이후에야 리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소비자원은 "마티즈 CVT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생산 중단을 권고했으나, GM대우는 이를 무시하고 생산을 강행했다.

소비자원은 2002년 9월 마티즈 CVT 결함보고서를 내고 국토부(당시 건교부)에 리콜을 건의했다. 이후 GM대우는 2002년 12월 첫 리콜을 실시했으며, 2005년 같은 결함으로 또 리콜했다. 이후에도 불만신고가 끊이지 않자 소비자원은 2006년 2월 다시 마티즈 결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 달 뒤 GM대우는 3차 리콜을 실시했다. GM대우는 같은 결함으로 2006년 3차 리콜까지 총 5만6907대를 리콜했다.

마티즈 CVT는 1999년 10월 15일부터 2005년 2월 19일까지 총 18만4718대가 생산됐으며 전량 내수용으로만 판매됐다. 소비자원에는 마티즈 CVT 불만이 2006년 170건 접수되는 등 2010년 현재까지 매년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차례의 마티즈 결함보고서를 총괄한 김종훈 소비자원 당시 국장은 "마티즈 CVT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콜된 차량이든 리콜되지 않은 차량이든 마티즈 CVT 보유자들에게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M대우가 검증도 충분히 안 된 일본 중소업체의 부품을 무리하게 시험 적용했다가 문제를 키웠다는 의혹도 있다. 마티즈에 CVT를 납품한 일본 아이치사는 마티즈 리콜로 인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뒤 2006년 이후 CVT사업을 아예 접었다.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무단변속기)

1단에서 6단까지 단을 나눠 단계적으로 변속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변속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수동·자동 변속기는 직경이 다른 톱니바퀴에 연결되면서 변속하지만, CVT는 2개의 원통에 벨트를 연결해 원통 직경이 '커졌다 작아졌다'하면서 엔진 출력을 다르게 바퀴에 전달하면서 변속한다. 주로 경·소형차의 연비(燃費)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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