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메리칸 항공(AA) 화물칸에 실려 1시간30분간 비행한 강아지 7마리가 집단 폐사해 항공사측이 자체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8월 5일

미국 조지아 대학의 마스코트인 '어가(Uga)'는 불도그이다. 이 학교에서는 어가를 비행기에 태울 때 일어날 수 있는 호흡 곤란을 막기 위해 코에서 폐까지 기도(氣道) 확장 수술을 한다.

이 대학에서 어가를 관리하는 세일러(Seiler)씨는 최근 미국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가가 한 살이 되기 전에 항상 기도 확장 수술을 해 비행기에 탔을 때 숨쉬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개를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수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다음 통계결과를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7월 16일 미국 교통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5월까지 비행기 안에서 죽거나 다친 동물의 수가 232마리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 5년 동안 비행 중 죽은 동물 중에서 개가 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대목이다. 비행 중 죽은 동물의 수 총 144마리 중 122마리가 개였다. 즉, 비행기 안에서 죽은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5배 이상 많았다.

실제로 최근 비행기에서 강아지가 집단 폐사(斃死)한 사건이 발생했다. 8월 3일(현지시각) 오전 7시 30분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를 떠나 1시간30분 뒤인 오전 9시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강아지 7마리가 죽은 것이다.

강아지들은 비행기 화물칸에 탔던 것으로 조사됐고 강아지 종(種)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사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화물칸의 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동물들은 사람들이 타는 일반 객실에 들어올 수 없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화물칸에 타야 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동물들은 운반용 집에 들어간 채로 '벌크 카고'라는 화물칸에 타게 된다. 최근엔 온도 조절이 되고 유압장치가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동물들이 화물칸에 타는 건 아니다. 작년 6월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전용 비행기가 출항했다. 항공사 이름은 펫에어웨이스(Petairways)이고 요금은 두(頭)당 150달러 안팎이다. 이 항공사 창업주 알리사 바인더는 '애완견이 여행 중 어려움을 겪는 것'을 경험한 뒤 항공사를 차렸다고 한다.

이 비행기에서는 애완동물이 비행기 이륙 전에 동물 전용 라운지에서 고급 개 과자를 먹으며 기다릴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휴대용 기저귀를 차고 승무원들이 15분마다 한 번씩 동물 승객들이 편안한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이런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는 동물은 소수다.

그렇다면 개의 종에 따라서도 사망률에 차이가 있을까. 122마리 중 잡종(雜種)을 제외한 죽은 개의 종류는 총 29종이었다. 가장 많이 죽은 종은 잉글리시 불도그로 25마리였고 퍼그(11마리)가 그 뒤를 이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7마리)도 비행기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불도그와 퍼그처럼 튼튼해 보이는 개들이 도대체 왜?

요즘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동물들이 타는 화물칸은 일반 객실보다 온도가 높다. 작은 공간에 동물이 갇혀 있으면 산소가 모자라고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

불도그나 퍼그가 많이 죽는 건 바로 이런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이 개들은 단두(短頭)종이라고 불리는데 말 그대로 머리가 짧다는 뜻이다. 시츄·페키니즈·샤페이·복서·보스턴 테리어 등이 단두종에 속한다.

단두종에 속한 개들은 대부분 얼굴이 눌리고 콧구멍이 좁아 막혀 있거나 인두(咽頭)에 균이 많다. 그래서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 또 불도그나 퍼그 같은 개들은 목젖이 여러 장 겹쳐 있어 숨쉴 때 불편함을 느낀다.

건국대 수의과대 김휘율 교수는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많이 죽은 종이 대부분 단두종이기 때문에 호흡 질환이 영향을 끼쳤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글이나 시베리안 허스키·콜리같이 콧구멍이 열려 있거나 얼굴이 길쭉한 개들은 5년 동안 종별로 한 마리씩만 죽었다.

온도뿐만이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 나는 소리도 개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큰 엔진소리나 바람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면 개들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동물을 비행기에 태우기 전에 진정제를 미리 먹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