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기자] 충무로에는 연기파 소리를 듣는 배우들이 많다. 남자로는 송강호-설경구-황정민-최민식 등 4대천왕이 있고 여자로는 칸의 여왕 전도연이 당당하다. 한류배우로는 이병헌이 높은 평점을 받는 중이며 김명민은 메서드 연기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꽃미남으로는 드물게 천만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뜨거운 형제들, 장동건과 원빈은 손색없는 연기력으로 칭찬받는다. 조연으로 가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한국 영화에 이 사람 꼭 나온다'고 칭찬 받는 감초 조연들로 오달수 김인권 김정태 손병호 기주봉 오광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수두룩하다.

그럼 한국에만 유독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우글거려서 연기파가 많은 것일까. 한 영화제작자는 정반대의 역설을 펼친다. "배우가 연기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다보니 연기파들이 돋보이고 칭찬을 받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꼼꼼이 영화계 실상을 따져보면 이 제작자의 말은 사실로 입증된다. 출연료 수 억원씩을 받는 톱스타들 가운데서도 영화만 찍었다하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배우 아닌 배우들이 상당수다. 연기의 기본인 발음과 발성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톱스타 명함을 서슴없이 내밀며 캐스팅 1순위를 자처하는 배우들도 발에 채일 정도다.

최근 아이돌이나 걸그룹 출신으로 연기에 뛰어드는 가수들이 늘어나면서 '발연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오죽하면 관객들이 발로 연기하는 것같다고 해서 '발연기'라고 비난할까.

최소한의 연기 수업이나 배우려는 노력 없이 일단 가수로 인기를 얻고나면 좀 더 안정된 수익과 장래를 찾아서 연기자로 변신하는 게 문제다.

할리우드에도 연기 못하는 연예인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얼마전 '섹시한 미녀는 괴로워'에 주연으로 나섰다가 심하게 욕을 들은 패리스 힐튼이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딱딱한 얼굴로 늘 한 가지 표정에 뻣뻣한 동작으로 예쁜 척만 한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그녀에 대한 연기평이다.

단, 패리스 힐튼을 두고 이들은 여배우(Actress)의 호칭을 아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힐튼은 이들 사회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말썽을 자주 일으키는 연예계 유명인사(Celebrity)일 뿐, 감히 배우의 호칭을 받기는 무리란 인식에서다.

물론 할리우드에도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조디 포스터 등 연기파 소리를 듣는 배우들이 많지만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과 개성을 바탕으로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이룬 경우에 한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한국처럼, 톱스타 대접을 받으면서 연기력 부족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배우들은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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