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문광욱 이병의 아버지 문영조(47)씨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문 이병은 지난 8월에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최근 연평도로 배치됐다. 입대 3개월여 만에 북한의 해안포 포격으로 전사했다. 문 이병은 2남1녀 가운데 차남으로 올해 대학에 입학했으며 평소 쾌활하고 성격이 착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문 이병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7시쯤 집이 있는 전북 군산에서 국군수도통합병원이 있는 경기도 분당으로 가기 위한 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TV는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꺼두었다고 했다. 문 이병의 아버지는 "지금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옆에 있던 지인을 바꿔줬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문 이병 아버지의 지인이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지금 어디에 있나.
"아직 전북 군산 집에 가족이 있다. 조금 전에 군에서 분당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모셔갈 차를 보낸다는 연락이 왔다. 문 이병의 가족과 큰아버지가 일단 동행할 것이다. 집에는 중학교 1년을 다니는 문 이병의 여동생과 부모님이 있다. TV는 보지 않고 꺼놓았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문 이병 어머니는 쓰러지기 직전이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가족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어머니는 펑펑 울기만 하고 아버지도 눈물짓고 있다. 말할 기운도 잃었다. 군에서 보내준다는 차만 기다리고 있다. 전북 군산이니 분당까지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문 이병은 어떤 아들이었나.
"참말 착한 아들이었다. 부모님을 극진히 대했다. 아버지가 문 이병을 너무나도 예뻐했다. 입대한 문 이병의 친구들 불러서 밥도 사주고 호프집도 데리고 올 정도였다. 아버지는 문 이병 친구들 모아놓고 '너희 보니 내 아들이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는데 이런 일 생기니까. 아버지는 오늘 그 소식을 듣고 집으로 급히 돌아왔다. 모두 망연자실하다."
 
-문 이병은 지난 8월 해병대에 입대했는데.
"광욱이는 91년생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물이다. 대학에 휴학계 내고 입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자니까 해병대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갔다. 아버지도 겉으론 걱정했지만 '우리 아들 남자답다'며 내심 흐뭇해하더라. 입대하기 전에 문 이병 집이 이사를 했다. 문 이병이 '좋은 집 오자마자 군대 가게 됐다'며 아쉬워하는 걸 보고 아버지가 '너 올 때까지 잘해 놓을게'라고 말했던 게 마지막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