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증에 장수의 열쇠 있다?

에콰도르 오지에 사는 왜소증(矮小症) 주민들이 장수의 키를 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해 관심이 일고 있다.

에콰도르 내륙 한 산간마을에는 왜소증 환자들이 유독 많다. 이들의 평균 신장은 3.5피트(약 108㎝)로 아주 작다. 이른바 라론 신드롬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15세기 종교적 박해를 당한 유태계 스페인인의 후손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콰도르 외과의사이자 당뇨 전문가 하이메 쿠에바라 아귀레 박사는 라론 신드롬을 앓고 있는 99명의 주민들을 지난 24년 간 연구한 결과 라론 신드롬 환자들이 암과 당뇨병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에바라 박사는 1994년에 이 환자들이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을 알았지만 분석 대상이 적어 10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2005년 USC의 발터 롱고 교수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 유전적 왜소증이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라론병 환자들은 성장호르몬을 위한 리셉터(receptor) 유전자에 결함을 갖고 있다. 정상 어린이는 성장호르몬이 IGF-1으로 불리는 호르몬을 만들어 발육을 촉진시킨다. 라론병 환자들도 IGF-1을 사춘기 전에 복용하면 거의 정상인처럼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GF-1 리셉터를 만드는 유전자는 DAF-2로 불리는데 일련의 연구 결과 이 유전자를 배제하면 두 배 이상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고 박사는 IGF-1이 라론병 환자들의 노화 질병을 막는 중대한 물질이라면서 라론병 환자들의 혈청을 배양해 세포의 DNA가 변형되는 연구 결과를 지난 16일자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셔널 메디슨지에 발표했다.

롱고 박사는 IGF-1과 관련, 호르몬 과다가 원인인 말단비대증(acromegaly) 치료제가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페그비소만트 혹은 소마버트로 불리는 이 약은 그러나 구하기가 힘들어 라론병 환자들에게 임상실험을 하지 못했다. 롱고 박사는 “우리는 이 약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던 일리노이대학의 노인학(gerontology) 전문가 안드레지 바트키 교수는 롱고 박사 등이 믿을만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은 노화와 관련한 성장호르몬에 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암과 당뇨는 노화와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에바라 박사는 아직 사춘기가 지나지 않은 라론병 환자 30명을 치료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IGF-1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제약회사들의 도움을 얻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구에르바 박사와 함께 연구하는 플로리다대의 소아내분비학자 앨런 로센블룸 박사는 “제약회사들에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우리가 약을 구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어처구니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