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이탈리아 명품업체 펜디가 '모피(毛皮) 논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 2일 오후 8시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예정된 펜디의 아시아 최대 규모 가을·겨울 패션쇼를 앞두고, 서울시가 지난 13일 "동물애호단체의 반대로 모피 의상을 빼지 않으면 쇼를 취소하겠다"고 업체에 통보한 게 발단이다.

펜디 관계자는 15일 전화통화에서 "패션쇼에 소개될 의상 60점 중 모피 의류가 20점이나 있어 행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대규모 행사를 3주 앞두고 일방적으로 조건부 취소를 통보한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크 펜디 CEO는 "지난 3월 서울 방문 때 시 관계자와 상호 협조를 재확인했는데 소수 의견에 밀린 시 방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행사라 작은 목소리라도 타당성 있는 반대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세빛둥둥섬에서 개장(21일 예정) 후 첫 국제 행사, 혁신적 장소에서 패션쇼를 추진하는 펜디에 적합하다"고 발표한 뒤 네티즌으로부터 "위화감 조성" "동물 학대" 등 비난을 받아왔다.

펜디는 서울의 상징 한강을 주제(FENDI on Han River)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대표작품인 세빛둥둥섬에서 세계 저명인사와 기자단 등 1200명을 초청해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패션쇼 이래 4년여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 쇼를 열어 이를 전 세계에 온라인 생중계할 예정이었다. 2007년 만리장성 패션쇼는 '사회주의 대표 국가와 자본주의 대표 명품의 만남' '세계 7대 불가사의의 무대(runaway)화' 등 화제를 낳으며 동영상으로 전 세계 실시간 중계됐다.

서울시와 펜디 모두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했지만 "모피는 절대 안 된다"(서울시) "모피를 내리면 쇼를 못 올린다"(펜디)는 양쪽 입장은 15일 현재 강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