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맥매스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시리아 정부의 민주화 시위 탄압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다가 보안군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져 아랍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시리아 레즈비언 블로거가 사실은 미국인 유부남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 석사과정에서 중동학을 공부하는 미국인 톰 맥매스터(40)는 지난 2월부터 '다마스쿠스의 게이 걸'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사는 35세의 레즈비언 아미나 압달라 아라프 알 오마리라고 설정했다.

'그녀'의 블로그는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고통과 최근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정부의 인권 탄압을 실감 나게 전하면서 전 세계 네티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블로그는 지난 6일 '아미나의 친구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사촌 라니아 오 이스마일이 "아미나가 무장한 보안군 3명에게 끌려가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쓴 글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이후 서구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아미나를 구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급기야 미국 국무성도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레즈비언 웹사이트 '레즈 겟 리얼' 등의 조사 결과 아미나의 블로그 IP주소는 시리아가 아니라 에딘버러 대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맥매스터는 12일 '독자들에게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미나'의 모든 글은 자신이 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큰 관심을 끌게 될지는 몰랐다. 나는 중동의 인권탄압 상황을 서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나의 글이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믿는다"고 썼다.

그러나 시리아 인권운동가들은 그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한 시리아 활동가는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아미나의 체포 사실을 조사하느라 우리가 위험에 빠졌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