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맨유 감독(왼쪽)과 박지성. 스포츠조선DB

박지성(30·맨유)은 이번 맨유와의 2년 재계약을 통해 두 가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하나는 박지성은 이제 더이상 맨유의 마케팅용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박지성은 팀내 고참선수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대접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맨유 구단 주변에서 박지성의 연봉은 한국인들이 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일정 부분은 그랬다. 박지성이 2005년 여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한 후 한국 기업 금호타이어와 서울시가 수 십억원(추정)을 투자해 맨유를 후원했다. 두 곳에서 내는 스폰서 금액을 합칠 경우 박지성의 연봉을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금호타이어와 서울시는 2010~2011시즌을 끝으로 맨유 후원을 중단했다. 이번에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 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에서 후원이 끊어져 맨유가 박지성을 타팀으로 이적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맨유는 박지성과 2년 계약 기간을 연장, 적어도 2013년 6월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또 입단 초기, 박지성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맨유 유니폼(티셔츠 포함)을 팔기 위해 온 선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선입견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이미 6시즌 동안 맨유에서 버텼고, 앞으로 2년 동안 더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최대 8년 동안 세계 최고 클럽과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맨유가 박지성을 구단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마케팅용 선수로 평가했다면 이번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성은 이미 두 번이나 오른 무릎을 수술받았다. 그런데도 맨유는 박지성이 충분히 최대 3년까지는 유럽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박지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아시아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박지성은 이제 맨유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맨유에 있었던 기간을 따져보면 긱스(1990년~) 플레처(2000년~) 퍼디낸드(2002년~) 루니(2004년~) 다음으로 주전급 선수 중 5번째로 길다. 에브라(2006년~) 비디치(2006년~) 보다 맨유 유니폼을 더 오래 입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스콜스는 은퇴했고, 오셔와 브라운은 선덜랜드로 이적했다. 나이로 따졌을 때도 긱스(38) 퍼디낸드(33) 등을 빼면 박지성 보다 연장자도 없다. 에브라, 비디치와는 동갑이다.

따라서 박지성은 이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수줍은 표정을 하던 신출내기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팀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내야 한다. 베테랑의 여유와 노련미를 보여줄 때가 됐다.

박지성이 오랫동안 맨유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아시아의 자랑이다. 1980년대 독일에서 이름을 날렸던 차범근(전 수원 삼성 감독)은 분데스리가에서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총 3개팀에서 12년 동안 뛰었다. 박지성이 8년 동안 맨유에서 뛰게 된다면 이것 또한 대단한 기록이 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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