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통일돼 국민이 7000만명으로 불어나면 강대국으로서 아시아에서 위상이 더욱 커질 겁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해야 해요."

콜린 뒤르코프(Colin Duerkop·60)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가 26일 임기 2년을 마치고 독일로 떠난다.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은 독일의 초대 총리를 지낸 아데나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독일 본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120개 해외 사무소를 갖고 있으며 민주시민 교육, 민주주의 정착, 국제적인 학문 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뒤르코프 대표는 인스브루크대 경제학·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세계은행과 유엔식량농업기구를 거쳐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태국, 싱가포르 사무소 대표 등을 지냈다.

콜린 뒤르코프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가 2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며 독일과 한국 통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뒤르코프 대표는 한국에 있는 동안 독일 통일의 긍정적 면과 성공 요소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독일처럼 통일 비용이 많이 들어서는 안 된다"며 "통일된 뒤 150만명 이상 되는 북한의 군대를 어떻게 수용할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북한 평양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비자 발급과 입국이 거부됐지만 북한의 재단 장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시도한 결과였다. 김일성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신문·사진 기자 등을 6주 동안 베를린으로 초청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북한 외부로 데려가야 북한 사람들에게 실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북한 사람들도 현재 국가 체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뒤르코프 대표는 한국에 있는 동안 의사소통이 잘 안 돼 불편했던 기억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갈 때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양손이 묶인 것 같아요. 영어를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완벽을 추구하는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또 대학생이 많은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직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균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는 10월부터 5년 동안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터키사무소 대표로 부임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독일에는 300만명 이상의 터키인이 살고 있는데 그들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수십년 동안 하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한국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더욱 큰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