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 후 중국을 거쳐 27일 북한으로 돌아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에 리병철 북한 공군사령관이 수행한 것은 최근 그가 군수물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정일은 작년 5월 방중 때 주규창 당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현 기계공업부장)을, 같은 해 8월 방중에는 군수공장 밀집지역인 자강도의 박도춘 책임비서(현 군수 비서)를 대동했다.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는 주규창·박도춘 모두를 데려갔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노후 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복 차림의 北 공군사령관 - 지난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동안 북한 인민군 공군사령관인 리병철 대장(흰색 점선안)이 양복 차림으로 정상 간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

러, 동북아 긴장 높이는 전투기 지원에 부정적

그러나 중국은 첨단 무기를 북한에 지원할 경우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이미 불편해진 한·미와 정면 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 요청을 모른 체하기도 어려운 만큼 지프나 트럭 정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방중 3개월 만에 러시아 방문에 나선 데는 이런 중국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방문에 리병철 공군사령관을 데려간 것은 군수물자 중에서도 신형 전투기 도입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일은 정상회담 전날인 23일 울란우데에 미리 도착해 항공기 제작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은 1930년대 말부터 수호이·미그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생산해온 러시아의 대표적 군용기 생산 시설이다.

하지만 러시아도 북한에 전투기를 지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대한 전투기 지원이 동북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긴장시켜서 미 태평양 사령부가 대(對)한반도 방어력을 높이는 계기와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고 한국의 전면적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김정일은 2001년과 2002년 북·러 정상회담 때도 러시아 측에 수호이 전투기 등 신형 무기 판매를 요청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현 총리)이 거절하면서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투기에선 북이 절대 열세

김정일이 신형 전투기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남·북한 간의 공군력, 특히 신형 전투기의 성능과 규모 면에서 남한보다 절대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활용한 워 게임을 해보면 한·미 양국 군의 전투기들이 3일 내에 북 전투기들을 무력화, 제공권을 완전 장악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한다. 지난 2006년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이 남북 군사력을 비교한 바로는 우리가 육군은 북한의 80%, 해군은 90%로 열세에 있지만 공군만은 103% 수준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기 수(數)만을 보면 우리 460여대 대(對) 북한 820여대다. 그러나 북한 전투기 중 70%는 1950~60년대에 개발된 MIG(미그)-15/17/19/21 등 낡은 기종이다. 게다가 기름 부족으로 훈련도 충분히 못 하고 있고 유지·관리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게 군 정보 당국의 평가다.

비교적 신형 전투기로 볼 수 있는 MIG-23과 MIG-29는 각각 40여대, 10여대에 불과하다. MIG-23은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MIG-29는 KF-16과 비슷하거나 약간 열세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공군에도 구형인 F-4, F-5 전투기들이 적지 않지만 신형으로 분류되는 KF-16 및 F-16이 약 170대, 최신형인 F-15K는 50여대에 달한다. 북한에는 F-15K를 상대할 만한 전투기가 없는 상태다. 특히 우리 공군이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E-737 '피스 아이' 조기경보통제기 1호기를 최근 도입한 데 이어 내년까지 총 4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라 공군력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북한군 MIG-21 출격 장면]

["북한은 군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체제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