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맞대결한다.

SK-KIA의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KIA 우완 투수 서재응(34)과 SK 내야수 정근우(29)의 악연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09년 페넌트레이스 막판과 한국시리즈에서 불거진 두 선수의 신경전이 미디어데이에서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제 모두 화해하고 풀었다"며 웃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물러섬은 없다.

두 선수의 앙금은 지난 2009년 9월8일 광주 경기에서 시작됐다. 3회초 서재응의 공에 정근우가 등을 맞으면서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10월19일 문학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정근우가 4회말 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려가던 과정에서 서재응이 뜸들이며 1루 송구한 것이 발단이 돼 두 선수가 말싸움했고, 벤치 클리어링으로 사태가 번진 바 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2년 전 두 선수의 신경전이 화제로 떠올랐다. SK 주장 이호준이 "올해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한 발 더 빨리 뛰어나가 막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다. 서재응은 "경기의 일부분이다. 기에 눌리지 않기 위함"이라며 "지금은 서로 잊고 다 풀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정근우도 서재응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라며 "팀의 선봉장으로 이끌어야 하는 만큼 경기의 일부분으로 봐달라"면서 웃어보였다.

그랬던 두 선수가 3차전에서 드디어 만난다. 1~2차전에서 1승1패를 주고받은 가운데 3차전에서 서재응이 KIA 선발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SK에서도 정근우가 부동의 1번타자로 활약 중이다.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2008년 한국 데뷔 후 서재응은 SK에게 유독 강했다. SK전에서 4년간 통산 15경기 7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2.12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이 기간 SK는 리그 최강 팀이었지만 서재응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SK 타자들의 컨디션 뿐만 아니라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투수도 그렇지만 타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SK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정근우를 묶어야 한다. 서재응이 SK에게 고 강했던 것도 정근우를 잘 요리했기 때문이었다. 정근우와 통산 맞대결에서 서재응은 24타수 3안타 타율 1할2푼5리로 철저한 우위를 보였다. 탈삼진은 2개에 불과하지만 내야 땅볼만 15개나 유도했다. 정근우 상대법을 잘 안다.

그러나 올해는 맞대결이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정근우의 타격감이 예사롭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타수 5안타 타율 5할5푼6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정근우가 출루하면 투·포수와 내야수가 모두 긴장해야 한다. 여러모로 정근우와의 승부가 중요하다.

정근우 입장에서도 직접 포문을 뚫어야 답답한 SK 공격의 체증이 뚫린다. 지금 같은 타격감이라면 무서울 투수가 없다. 서재응에게 유독 약했지만 올해 맞대결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뒤질게 없다.

악연으로 화제를 모은 서재응과 정근우. 준플레이오프 3차전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서로를 넘어야 팀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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