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대호 기자] "하늘의 뜻 이라고 생각했죠".

17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사직구장. 전날 롯데는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놓친 뒤 연장 10회 정상호에 결승 홈런을 허용하며 6-7로 패했다. 9회 1사 만루 기회를 놓친 것은 바로 롯데 손아섭(23). 손아섭은 정우람의 체인지업 초구를 자신있게 공략했으나 2루수 정면으로 가며 그만 병살타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 전 만난 손아섭은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실 엄정욱 선배가 더 상대하기 힘들었는데 대기 타석에서 투수가 정우람 선배로 바뀌는 걸 보고 (내가 끝내라는)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만원이 내 눈앞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전진수비도 하고 올 시즌 병살도 적어서 그냥 맞추면 끝이란 생각에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하나 기다렸다가 쳐도 됐는데…"라며 아쉬워 한 손아섭은 "생각해봐도 제가 급했던 것 같다"고 거듭 말했다.

손아섭은 이어 "정우람 선배가 체인지업을 던질 걸로 예상해 함께 대기타석에 있던 전준우 선배에게도 초구 체인지업을 노리겠다고 말했다"면서 "차라리 김광현을 상대할 때처럼 가볍게 방망이를 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평소 의연한 손아섭이지만 전날 그 순간은 가슴 속에 남았다. 손아섭은 "어제 자면서 그 상황이 세 번이나 머릿속에 떠오르더라"면서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위로해 준 덕분에 많이 힘이 났다. 프로 데뷔 5년 째인데 어제가 가장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분명 손아섭에겐 아픈 기억이지만 앞으로 본인의 선수 생활에 약이 될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가 다시 경기를 보니 경험 미숙이라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 지더라"면서 "아직 젊으니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잘 대처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clenaupp@osen.co.kr]

부산=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