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로 짠 조은필의 2011년 작‘일렁이는 궁전’.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높이 2m의 성(城)이 강렬한 푸른빛을 내뿜었다. 그러나 이 성은 돌로 짓지 않았다. 군청색 털실로 성 형태를 짜서 철사로 만든 뼈대에 덧입힌 이 작품은 조은필(32)의 2011년 작 '일렁이는 궁전'이다.

13일까지 서울 관훈동 미술공간 현(現)에서 개인전 '블루토피아(Bluetopia)'를 갖는 조은필은 한마디로 푸른색에 '꽂힌' 작가다. 털실로 런던 타워브리지 형태를 짜서 공중에 매단 '일렁이는 브릿지'(2011), 돌돌 말아 꽃 모양을 만든 헌옷들이 낡은 서랍장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도록 설치한 '채울 수 없는 꿈'(2011) 등 전시작 18점(설치 3점, 드로잉 15점)이 모두 푸른색이다.

부산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런던 슬레이드 스쿨에서 유학한 조은필은 유학 시절부터 푸른색으로 작업했다. 근원을 더 따진다면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어린 시절에도 '파란색 한복'을 입었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푸른색'에 집착했던 자신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는 "외국에서 눈에 띄기 위해 '나만의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푸른색을 택했다. 프랑스 작가 이브 클라인도 푸른색으로 작업했지만 그의 접근법은 이성적이라 개인적 취향과 연관된 내 작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종이로 동물 등의 형상을 만들었던 조은필이 털실 작업을 시작한 것은 올해. 그는 "런던 유학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타워브리지, 궁전 등의 형태를 표현했다. 과거의 시간을 응축하는 데는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털실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조은필은 미술공간 현의 신진 작가 전시 지원 프로그램에 뽑혀 이번 전시를 갖게 됐다. 구나영 미술공간 현 큐레이터는 "과감한 시도와 참신한 표현 방법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02)732-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