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김어준(사진 왼쪽)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정봉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가 잡놈이긴 하다."

10일 오전 공개된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봉주 5회'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논란이 된다고 에로틱 코드, 유치한 성적 농담을 하지 않고 얌전하게 방송할 것을 약속드릴 것 같은가? 싫다"고 말했다. '정봉주 응원 비키니 인증샷(일종의 증명사진)'과 관련된 성희롱 논란에 대해 자신을 "잡놈"이라고 규정한 뒤, "성적 농담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날 그는 또 지난 4일 첫 해명 당시 논란이 됐던 "'우와'하면서 (비키니 사진을 올린) 그녀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탄성을 질렀다"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그 여성의) 라인이 예쁘다. 하지만 1초 후에 '우리나라도 이런 시위가 가능하구나. 발랄 통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인간이 자신 외의 인간을 대상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나. 사진을 처음 보고 나서 순간적으로 그녀의 몸매를 대상화했다. 동시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도 감정이입을 했다"라고 말했다.

나꼼수의 이런 발언은 리더 격인 김씨가 계속 추구해온 노선이다. 그는 1998년 "주류사회에 '똥침'을 날린다"며 비속어와 은어를 쓰는 인터넷 언론 '딴지일보'를 만들었다. 이 '딴지일보'는 2001년 별도의 성인사이트 '남로당(남녀불꽃노동당의 약칭)'을 만들어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까지 팔았다. 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다. 나꼼수에서도 예전부터 '씨바' '졸라' '×까' 등 욕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해 왔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김어준은 원래 흔히 말하는 잡놈 문화를 좋아하고 즐겨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의 이런 정서가 정권에 대한 반감과 맞물리면서 위아래 없이 사회 전체가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 '가카새끼 짬뽕' 등의 표현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와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나꼼수를 지지하던 공지영씨의 경우, '비키니 인증샷' 논란에 사과를 요구한 뒤, 다른 지지자들에게 "면회까지 가서 사과를 요구하니 속이 시원하냐", "쓰레기 같은 ×" 등의 욕설 세례를 받고 트위터를 중단했다.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면 네 편 내 편 없이 거침없는 막말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정서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층을 벗어나 사회·문화 전반에서 주류로 부상하는 현상과 연관이 깊다. 10∼30대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끄는 '병맛(병신같은 맛) 웹툰'들이 대표적인 예다. '병맛'은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이말년씨리즈', 최근 폭력성이 문제가 됐던 야후의 '열혈 초등학교' 등 '병맛웹툰'들은 수백만이 보는 인기만화다. 버스에 불이 붙자 버스기사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고 말하거나, 학교폭력을 당하는 왕따 학생이 맞으면서 "이 느낌 바로 이거야! 살아있음이 느껴진다"라고 독백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세계에선 자기가 선호하는 사람의 말만 볼 수 있다"며 "이게 B급 문화의 특징인데 계속 존재하고 있었던 문화가 SNS를 통해 폭발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는 "B급 문화 자체는 사람들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에 어떤 사회든 B급 문화는 생기기 마련"이라며 "한국사회 B급 문화의 문제는 개방성이 있다거나, 포용성이 있다기 보다, B급 문화의 형식만 취해서 표현만 극단적, 자극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