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한국마사회 여자탁구단 선수들. 하지원, 배두나, 한예리, 최윤영 등 배우들의 탁구 동작을 직접 가르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들의 땀방울과 숨은 노력 덕분에 탁구영화 '코리아'가 완성됐다. 왼쪽부터 박차라 이소봉 유소라 김민희 이현주

영화 '코리아'의 탁구인 시사회가 예정된 24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극장 주변이 삼삼오오 모여든 탁구인들로 북적댔다. 영화 '코리아'는 남북탁구 단일팀이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에서 '코리아'의 이름으로 정상에 섰던 그날의 환희와 눈물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남북단일팀 멤버였던 유남규 강희찬 남녀 대표팀 전임감독, 박지현 전 예멘대표팀 감독,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 추교성 농심삼다수 감독, 이철승 삼성생명 코치 등이 속속 도착했다. 오상은 유승민 김민석 정영식 서효원 석하정 등 후배선수들도 오후 훈련을 마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왔다. '탁구인의 잔치'였다.

▶극장 안: 웃음와 눈물 사이

◇1991년 일본지바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 금메달의 주역 홍차옥과 '극중 홍차옥'인 최연정 역을 맡은 영화배우 최윤영이 '코리아' 시사회 후 뒤풀이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똑한 콧날과 웃는 입매가 닮았다.

선수들은 기다리는 내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지난 5월 한달 넘게 촬영지인 안동실내체육관에서 배우들의 탁구선생님 겸 조연배우로 동고동락한 한국마사회 여자선수들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현 전무의 소속팀 애제자들인 이들은 영화 속 배우들의 탁구 선생님이다. 탁구 장면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훈련시간을 쪼개가며 배우들을 가르쳤다. 북한 리분희역의 배두나와 최경섭 역을 맡은 이종석을 전담마크했다는 김민희(21)는 즐거운 표정으로 훈련 비화를 털어놨다. "체력은 하지원 언니가 짱이다. 체력도 좋고 습득력도 빨랐다. 하루만에 스윙을 익히더라" "두나언니는 체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독기가 있다. 몸을 던져가면서 연습했다. 포기를 모른다." "종석 오빠를 제일 많이 구박한 것 같다. '왜 이렇게 저질체력이냐'고 놀렸다. 일부러 붙잡고 더 시켰다"며 웃었다.

◇배두나는 자신의 탁구선생님인 한국마사회 선수들을 보자마자 "너무 보고 싶었다. 미치는 줄 알았다"고 반색하며 눈물을 쏟았다. 뒤풀이에서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 마사회 선수 이소봉, 영화배우 배두나, 박차라, 이현주, 김민희 선수.

현정화 전무의 탁구인을 향한 인사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됐다. 지바세계선수권 탁구경기 장면이 시작되자 선수들이 몰입했다. 선수들은 곳곳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동료 선수들의 모습에 폭소했다. 일본선수로 출연한 김숭실 한국마사회 코치와 김민희가 스타트를 끊었다. 김 코치의 드라이브 공격에 "우와"하는 탄성이 쏟아지더니 패배 후 낙담한 표정을 짓는 김민희의 연기엔 선수들은 "오~! 민희~"라며 장난기 섞인 괴성을 질렀다. 중국선수로 분한 박차라(한국마사회)의 매서운 눈빛 연기에 객석에선 웃음이 '빵' 터졌다. 남자대표팀의 맏형 오상은의 "와~ 차라 연기 잘하는데!"라는 말에 웃음이 쏟아졌다.

◇탁구얼짱의 눈물,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의 애제자인 서효원은 '코리아'를 본 후 "생각보다 더 슬펐다. 펑펑 울었다. 대박 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후반부 중국과의 결승전이 시작되며 웃음바다는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중국을 꺾고 오열하듯 환호하는 배두나(리분희)-하지원(현정화)의 세리머니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임이 시작되더니 '버스 이별신' 장면에서 눈물은 절정에 달했다. 불이 들어오자 너나 할것없이 선수들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현정화의 얼짱 제자' 서효원(한국마사회)이 빨개진 눈으로 "너무 많이 울었다. 생각보다 더 슬펐다. 현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지바세계선수권 당시 남자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던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오른쪽)과 이철승 남자대표팀 코치 겸 삼성생명 코치가 '리분희' 배두나와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시사회 후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과 우리를 하나로 만든 기적, 코리아는 사랑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탁구인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리분희' 배두나는 앞자리에 앉은 '선생님' 김민희 유소라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쏟았다. 지난 여름 찜통같은 체육관에서 함께 뜨거운 땀을 흘린 그들은 '동지'였다. 배두나는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너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며 반가움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가 24일 영화 '코리아' 탁구인 시사회장을 찾은 '절친' 채시라와 포즈를 취했다. 배두나, 하지원, 이종석의 탁구선생님으로 땀흘린 한국마사회 애제자 김민희(왼쪽 끝), 서효원(오른쪽 끝)이 함께 활짝 웃었다.

▶극장 밖: 실존인물과 영화배우 사이

◇일본 지바세계선수권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테크니션'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이 영화 '코리아' 탁구인 시사회에서 팬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고 있다.

배두나, 한예리, 최윤영 등 주연배우들이 탁구인들과의 뒤풀이 자리에 동석했다. 배우들은 탁구인들의 시사회에 전에 없이 긴장했다. 수개월간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그럭저럭 선수 흉내는 냈지만 '프로선수'들의 냉정한 평가가 궁금했다. 현정화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배두나의 커다란 눈망울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북녘땅 왼손 에이스' 리분희에 대해 '도도하다' '차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고,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배두나는 외롭고 힘들었다. '대한민국 에이스' 현정화를 '친언니' 삼아 직접 보고 배우는 하지원이 부러울 때도 있었을 터. 그만큼 더 치열하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 스타일과 영화 속 느낌이 리분희와 닮았다"는 탁구인들의 일관된 찬사에 "정말요?"하더니 또다시 눈물을 매단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컸다. "정말 이기고 싶었어요"라는 그녀는 여전히 코리아의 '리분희'였다.

◇24일 영화 '코리아' 탁구인 시사회에서 대한민국 탁구 역대 올림픽 챔피언 3명이 뭉쳤다. 왼쪽부터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임감독,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 유승민 올림픽대표 선수.

이날 뒤풀이에는 '역사속의 그녀' 홍차옥이 모처럼 자리했다. 여자단일팀(현정화, 최연정, 리분희, 유순복) 가운데 유일하게 가명으로 나오는 '최연정'이 실은 '홍차옥'이다. "내가 보수적이어서 그랬는지 (사실이 아닌) 극중 러브라인도 있고 어쩐지 부담스럽고 해서 본명을 빼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홍차옥은 현정화와 함께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 이후 현정화와 함께 은퇴했다. 유도대표팀 주장 출신 양종옥씨와 결혼해 슬하에 세 아이를 뒀다. 가사에 전념하느라 잠시 탁구계를 떠나 있었지만 탁구를 향한 열정은 변함없었다. 영화를 보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일본에서 순복이랑 같이 백화점 가서 내가 직접 옷을 사준 기억이 난다. 순복이는 정말 말이 없고 참했었는데, 배우(한예리)가 연기를 참 잘했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테이블을 돌던 '최연정'역의 배우 최윤영이 '실존인물' 홍차옥을 보고 반색했다. "아! 정말 뵙고 싶었어요"라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그날의 홍차옥'과 '영화 속 홍차옥'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닮았다"는 말에 배우도 선수도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오른쪽)와 함께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1991년 일본지바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에이스' 홍차옥이 24일 영화 '코리아' 탁구인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상의 복식조'가 21년 전 그날의 가슴절절한 추억여행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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