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의 김병현이 국내 복귀 후 첫 승을 신고했다. 김병현은 20일 잠실 두산 원정경기에서 6이닝을 4피안타 1실점(무자책점)으로 막으며 넥센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미 프로야구(MLB)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인 2007년 9월 28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지 1727일만에 맛본 승리였다.

김병현은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6개 팀을 거치며 54승60패 86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퍼시픽리그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했지만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에 입단한 김병현은 "잃어버린 내 공을 찾겠다"고 다짐하며 국내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김병현의 한국 프로야구 무대 공략은 쉽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 5경기에 등판해 2패(평균자책점 6.20)만을 기록했다. 지난 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사사구 8개를 던지는 등 제구가 제대로 안됐다.

경기를 앞두고 김시진 넥센 감독은 "김병현은 우리 선발 투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지나친 관심이 김병현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병현이 아직 미국에서 던질 때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며 "우리 타자들이 치지 못할 정도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두 감독의 우려와 혹평을 넘어서며 승리 투수가 됐다.

2회 1사 3루에서 고영민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다. 김동주의 내야안타 때 2루수 서건창의 송구 실책으로 2루 진루를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김병현은 이어지는 2사 1·3루에서 정수빈을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6회에도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2사 1·3루에서 정수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6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진 김병현은 7회부터 오재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재영이 7회 2사 3루에서 폭투를 던져 한 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뒤이어 등판한 이정훈과 손승락이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도 김병현의 1승을 지원했다. 넥센의 서건창은 1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다. 2―1로 쫓기던 6회에는 선두타자 박병호가 1점 홈런을 치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김병현의 첫 승을 지켜주기 위해 선수들이 집중하고 노력했다"며 "김병현이 오늘 승리를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피칭을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병현의 투구 내용을 지켜본 정민태 투수 코치는 "경기 전 공을 빨리 던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던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드디어 제구력 난조를 극복한 것 같다"면서 "볼 끝이 살아있어서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컨디션이 더 올라오면 140㎞ 후반대의 공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6경기 등판만에 첫 승을 챙긴 김병현은 "정민태 코치의 말대로 무리하지 않고 편하게 낮게 제구를 했는데 잘 통했다"며 "이제는 투구를 하고 나서도 팔이 덜 아픈 것 같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병현의 첫 승을 기념하는 공을 추후 야구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