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공동저자로 등재된 학술 논문이 저자 중 한 명의 석사 논문을 그대로 '재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27일 제기됐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채용 때 이 논문을 자신의 주요 연구업적으로 제출했다.

◇연구비 지원받고 5년 전 논문과 유사한 발표

안 후보가 그동안 쓴 논문은 모두 5편이다. 석·박사 학위논문과 학술논문 3편이다. 본지 확인에 따르면, 이 중 '재탕' 의혹이 있는 논문은 1993년 6월 A씨(제1저자), B씨와 함께 서울의대 학술지인 'The Seoul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학술논문이다. 논문의 제목은 '고칼륨 혈증과 산증에 있어서 플라스마 칼륨과 수소이온 농도의 관계'이다. 안 후보는 논문 제2저자였고 '1990년 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라고 돼 있다.

왼쪽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 93년 A·B씨와 함께 쓴 학술논문에 사용한‘1번 그래프’, 오른쪽은 88년 A씨가 석사학위 논문에 쓴‘1번 그래프’다. 두 개가 똑같다. 두 논문에는 이런 꺾은 선 그래프 6개와 3개의 표(表)가 각각 분석의 근거 자료로 똑같이 사용됐다. 모양과 수치는 물론, 고유번호까지 모두 똑같다.

그런데 이 학술 논문은 A씨가 1988년 2월 제출한 석사 논문 '대사성산증 및 고칼륨혈증 때의 혈장 H+ 농도와 K+ 농도의 비교 연구'와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 제목과 참조 문헌, 내용 배치가 조금 달라졌고 영문으로 번역됐다는 점 외에 연구방법이나 데이터 수치, 그래픽 등이 유사했다.

안 후보 등 공동 저자들은 연구비를 지원받고도 특별히 새로운 연구를 하지 않은 셈이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지도교수였던 B씨가 연구비를 받았을 뿐 안 후보는 지원금과 관련이 없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 연구가 진행되었어야 할 시기에 군복무 중이었다. 그는 1991년 2월~1994년 4월 해군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재탕 넘은 표절인가" 논란 일 듯

안 교수 측은 "당시에 지도교수 B씨가 안 교수에게 '생리학적 측면에서 전문적인 보완을 하라'고 해서 연구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본인은 기억하고 있다"며 "추가로 보완한 내용이 실험 쪽 부분인지, 전문적 해석 부분인지는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결과를 인정받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었고, 의학계 관행상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또 "학술진흥재단의 현재 기준에 따르면 이런 게 문제되는지 모르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며 "영문 번역 작업 쪽에서도 기여했고, 전문적인 면에서 보면 두 논문은 결론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공계에선 조금이라도 연구에 기여하면 저자로 올려주지만 이 경우는 '무임승차'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재탕 논문"이라고 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작년에 전국을 돌며 젊은이들과 만나는 청춘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장에 따라 주최 측에서‘세계적 석학 안철수 교수’라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논문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8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중복 게재를 통한 논문 수 부풀리기' 의혹으로 낙마한 뒤 고위 공직자 검증의 단골 메뉴가 돼 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당시 새누리당 문대성·정우택 후보 등을 향해, 새누리당은 민주당 정세균 후보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박선숙 전 의원은 새누리당과 문대성 후보를 향해 "사실 관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안 후보 측 선대본부장으로 있다.

안 후보는 2008년 8월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표절에 대해 관대한 문화 역시 걸림돌이다. 학생들조차 표절에 대해 죄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었다. 한 의학박사는 "같은 실험과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워낙 전문적 영역이어서 '표절'인지 여부는 해당 전문가들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천자토론]안철수 교수의 의혹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