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계성초등학교에 침입해 ‘묻지 마’ 흉기 난동을 벌인 김모(18)군이 이날 오후 수갑을 찬 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방배경찰서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군은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니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제 장례식은 치르지 마시고, 시신 처리나 해주세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계성초등학교에 침입해 학생들에게 삽을 휘두른 김모(18)군은 범행 직전 남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교실에 난입해 난동을 부릴 때 "혼자 죽을 수는 없어"라고 고함을 질렀고, 경찰에 연행될 때도 "세상 살기 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죄책감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주변 환경 탓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범죄학연구소 염건령 연구위원은 "김군의 행동을 보면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 소시오패스(sociopath)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시오패스는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없고, 죄책감 없이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연쇄살인범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비슷하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김군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른다"고 한 점에서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의 성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염 연구위원은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남들 눈에 띄는 범죄를 저지른다"며 "테러리스트처럼 이걸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도 김군에게 해당하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소시오패스 진단기준(DSM-IV-TR)도 김군의 행동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만 18세 이상이면서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체포되는 등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고,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몸싸움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이를 합리화하는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또 이런 특징이 오랜 기간 나타나야 한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에 따르면 김군은 이전에도 학교에 공구용 칼을 들고 와서 공공연히 자랑한 일도 있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좌절을 극단적 방법으로 푸는 것도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다. 경찰은 "김군이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 부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판단한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염 위원은 "소시오패스는 자기 현재 상황과 반대되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고 말했다.

김군은 우울증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약물치료를 받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범희 교수는 "김군이 소시오패스인지, 단지 극단적인 정신분열증 상태인지 지금 상황에서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김군이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전부 공격성을 표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시오패스(sociopath)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으로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이다. 반사회적인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비슷하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이코패스와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