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범인 오원춘.

오원춘·김길태·김수철 등 최근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대부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사회적 냉대 등을 불특정 다수를 흉악하게 해치는 것으로 풀고 있지만, 스스로 나쁜 짓이란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시오패스(sociopath)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최근 10여년간 흉악범 중 실제 사이코 패스 진단을 받은 것은 유영철·강호순·고종석 등에 그친다.

올해 초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42)은 사건 초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분류됐지만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면담했던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분석가)는 "고향인 중국에서 가난과 무지 등으로 무시를 당해 대인 기피 증세를 보여 사회성이 잘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잘못했다고 말은 했지만 진심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잔혹하게 훼손한 것은 자신의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35)는 범행 후 잘못된 행동인 줄은 알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다고 진단됐다. 김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학교 선배로부터 자주 매를 맞는 등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출소 후 한 달 동안 외출을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도 보였다. 김은 10대 후반부터 폭력과 아동 강간 미수, 성폭행 등 총 8차례의 범죄를 저질렀다. 미국정신의학회의 '반복적으로 범법행위를 하는 등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소시오패스 진단 기준과 일치한다.

술에 취해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한 김수철(47)도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증세를 보였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어린 시절 동성(同性)에게 성폭행당해 심리적 충격이 컸다"고 진술했지만, 심리 분석 결과 거짓 진술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제주 올레길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한 강성익(46)도 평소 다른 사람과 거의 교류가 없었고, 범행 이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등을 느끼지 않는 등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였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황의갑 교수는 "소시오패스는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 등을 경험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강력범은 대체로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