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배치 후 첫 시범 발사에 실패했던 국산 대(對)잠수함 미사일 '홍상어'의 실패 원인 규명 등을 위해 군 당국이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총 10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키로 했다. 홍상어의 1발당 가격은 20억원으로 1회 시험 평가시 표적 및 추적장치 설치 등에 10억~20억원의 돈이 추가로 든다. 10회 시험 발사에는 최소한 총 300억원의 예산이 들 전망이다. 지금까지 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사일의 경우 통상 5발 내외를 발사해 성능 평가를 한 뒤 양산 여부를 결정해 왔다. 군 안팎에선 약 300억원이 소요되는 홍상어 전면 시험 발사를 계기로 국산 무기에 대한 평가 기준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B "10발 쏴 보고 성능 못 미치면 계약 파기" 지시

지난 7월 동해상에서 시범 발사된 사거리 20㎞의 홍상어는 목표물을 향해 약 10여㎞를 날아간 뒤 바닷속으로 들어갔으며, 이후 수중에서 항해 도중 유실됐다. 군 소식통은 2일 "홍상어 시험 발사 실패 후 군 당국이 미사일 가격이 비싸 4발밖에 쏴보지 못하고 인수했다고 청와대에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10발까지 쏴 보고 군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미 해군에 납품된 50여발의 홍상어 미사일도 제조업체인 L 사(社)에 반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대(對) 잠수함 미사일‘홍상어’가 한국형 구축함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과 해군 등에선 총 10발의 홍상어를 시험 발사하기로 하고 시험 발사 일정을 최근 확정했다. 연습용 홍상어는 10월 셋째 주와 11월 첫째 주 4발이 발사되고, 실전용 홍상어는 올해 안에 2발, 2013년에 추가로 4발이 발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용 홍상어는 실전용 홍상어와 외양은 똑같지만 탄두 부분에 폭약이 아닌 주행 정보 등 계측용 센서가 부착돼 발사 실패 때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 군 소식통은 "그동안 1발당 가격이 10억~20억원에 달하는 미사일·어뢰 등은 10발 미만의 시험 발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10발의 시험 발사가 이뤄지면 사고 원인 규명 및 문제점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수십~수백발 쏘고 배치

시험 평가를 통과한 국산 무기는 양산 이후 번번이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2003년 실전 배치된 국산 중(重)어뢰 '백상어'는 그해 5월과 8월 두 차례 시범 발사에서 모두 실패했다.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2010년 7월 도하훈련 중 침몰해 장병 1명이 사망했다. 군은 그때마다 발사 횟수·시제품 제작 부족과 시험장 여건 미비 등 예산 핑계를 대 왔다. 백상어는 군 운용 시험 평가에서 5발만 발사해 본 뒤 양산 결정을 내렸고, K-21은 시제품 2대만 사용했다.

방산업계의 한 소식통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미사일은 수십~수백발, 전차·장갑차는 시제품 수십~수백여대를 제작해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 평가를 거친 후 실전 배치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미사일·로켓 실전 배치 후 수시로 실탄 발사 실험을 하지만 우리 군은 폐기 직전의 미사일을 골라 발사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시험 평가 때 많이 쏴 보는 건 당연하고 좋은 일이지만 이럴 경우 개발비가 증가해 무기 가격이 상승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