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이용해 어린이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 성공을 거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7세인 에마 화이트헤드(여)는 2년 전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두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는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지난 4월 화이트헤드에게 비활성화시킨 HIV를 투입해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부모와 본인 동의 아래 몸에 에이즈를 일으키지 않도록 비활성화시키고 특정 유전물질을 부착한 HIV를 주입했다. 화이트헤드는 한동안 높은 열과 오한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화이트헤드의 몸에선 암세포가 없어졌고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화이트헤드를 비롯해 환자 11명에게 이 같은 임상시험 치료를 실시했다. 그 중 화이트헤드 등 4명은 완치됐고 4명은 호전됐다. 2명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1명은 호전된 뒤 재발했다.

백혈병을 치료하려면 백혈병 환자의 몸에서 제기능을 못하는 T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T세포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려면 T세포에 특정 유전물질을 주입해야 하는데, 이때 비활성화된 HIV가 그 역할을 한다. HIV는 유전 물질을 세포 내에 전달하는 기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과정이 잘 진행되면 T세포가 증식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해 제거한다.

환자가 고열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은 백혈병이 호전되는 징조다. 치료법이 제대로 진행되면 체내 면역 세포가 활성화하면서 고열과 혈압 강하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화이트헤드가 겪었던 증상은 사이토카인-릴리즈(cytokine-release)라고 한다.

존스홉킨스대 이반 보렐로 교수는 “이 치료법은 백혈병 치료에 커다란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치료법이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것이다. 거대 제약 회사들 역시 이 치료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