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생 외동딸의 성공을 위해 휴대전화와 노트북PC에 위치 추적 프로그램까지 설치해가며 딸을 따라다닌 극성 부모에게 법원이 스토킹 행위를 인정, 딸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 부모 자식 간 불화는 2009년 딸 오브리 아일랜드(21)가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뮤지컬 배우를 희망했던 아일랜드는 당시 한 무명 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지만 그의 부모는 학비가 연간 2만2000달러(2350만원)에 달하는 지역 명문 신시내티 대학에 딸을 진학시켰다. 아일랜드는 저학년 때부터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뮤지컬 공연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모는 학교에서 1000㎞나 떨어진 집에서 사전 연락도 없이 수시로 딸의 자취 집과 학교를 '깜짝 방문'해 딸과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는 아일랜드가 불법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사생활이 문란하며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그를 꾸짖기 시작했다. 딸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하자 부모는 학비 지원을 끊고 해당 내용을 학교에 알려 딸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PC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해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딸은 부모가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며 지난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공판에서 딸은 "목줄에 묶인 개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모는 "딸이 충분히 성공할 만큼 훌륭한 두뇌와 재능, 열정을 갖고 있다. 섣부른 행동으로 장래를 망치도록 놔둘 수 없었다"고 했다. 딸에게는 "이럴 거면 그간 우리가 낸 학비를 돌려달라"고 했다.

오하이오주 지방 민사법원 조디 뤠버스 판사는 "아일랜드는 성인이며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부모에게 내년 9월까지 딸의 반경 150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USA투데이는 27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끝까지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려는 '헬리콥터 부모'가 등장하고 있다. 공영 라디오 NPR은 지난 2월 "헬리콥터 부모들이 취업을 앞둔 20대 자녀를 대신해 직장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사 담당자를 직접 설득하고, 임금이나 휴가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